국내 치매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는 지난해 97만 명으로, 2023년(87만 명)보다 약 12% 증가했다. 정부는 이 수가 2030년 121만 명, 2050년에는 226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치매라고 하면 흔히 '기억력 저하'를 떠올린다. 실제로 가장 흔한 유형은 알츠하이머 치매로, 전체의 약 70%를 차지한다. 뇌세포 손상으로 기억력과 언어 능력, 판단력이 점차 떨어지는 것이 특징이다.하지만 기억력이 괜찮다고 해서 치매가 아닌 것은 아니다. 치매는 하나의 질환이 아니라 100가지가 넘는 다양한 질환을 포함하는 '질환군'이다. 일부는 기억력보다 다른 증상이 먼저 나타나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놓치기 쉬운 치매 유형과 초기 신호를 알아본다.▶시야부터 망가지는 '후두피질위축증'후두피질위축증은 뇌의 가장 바깥층인 대뇌피질이 손상되면서 발생하는 치매다. 이 부위는 사고, 감정, 언어, 감각 처리 등을 담당한다. 초기에는 기억력보다 시각 문제가 먼저 나타난다. 글을 읽기 어렵거나 거리감을 잘 느끼지 못하고, 익숙한 얼굴이나 물건을 알아보지 못하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길을 잃거나 집 안에서 물건을 찾기 힘들어지는 경우도 있다. 질환이 진행되면 불안, 계산 능력 저하, 환각, 기억력 저하 등이 뒤따른다. 주로 50~65세에 발병하며, 일부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변형으로 추정된다.▶몇 달 내 사망 가능한 '크로이츠펠트-야콥병'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은 우 드물지만 가장 치명적인 치매 중 하나다. 이 질환은 비정상적인 '프리온 단백질'이 뇌에 쌓이면서 발생한다. 초기에는 혼란, 방향 감각 상실, 균형 장애 등이 나타나고, 이후 기억력 저하와 근육 경직, 경련, 떨림 등으로 빠르게 악화된다. 일반 치매가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것과 달리, 이 질환은 수개월에서 1년 사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대부분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령이나 가족력 등이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성격부터 변하는 '전두측두엽 치매'전두측두엽 치매는 기억력보다 성격 변화와 행동 이상이 먼저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갑자기 충동적으로 행동하거나 판단력이 떨어지고, 금전 관리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이 질환 환자의 일부는 루게릭병을 함께 앓기도 한다. 루게릭병은 근육이 점점 약해지면서 결국 호흡 기능까지 영향을 받아, 발병 후 2~5년 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파킨슨병과 헷갈리는 '진행성 핵상마비'
진행성 핵상마비는 움직임 이상이 먼저 나타나는 치매다. 눈 움직임, 보행, 균형, 삼킴 기능을 담당하는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자주 넘어지거나 몸이 뻣뻣해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말이 느려지거나 발음이 어눌해지는 경우도 있다. 운동 기능 저하가 두드러져 파킨슨병으로 오해되는 경우가 많다. 주로 60~70대에 발생하며, 환자의 약 70%에서 치매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전문가들은 "치매를 단순히 기억력 저하로만 인식하면 초기 신호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시야 이상, 균형 문제, 성격 변화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는 조기에 발견할수록 증상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