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테슬라 스토어에 사이버트럭이 전시돼 있다. /사진=뉴시스
테슬라의 '완전 자율주행(FSD) 감독형'이 유럽에서 첫 국제 기준 인증을 확보하며 글로벌 자율주행 규제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이번 승인으로 그간 국내에서 제한적으로 허용되던 FSD 적용 범위가 비미국산 차량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고 관련 제도 정비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대차동차그룹 등 국내 완성차의 대응 부담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13일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교통당국은 FSD 감독형에 대한 형식승인을 발급했다. 테슬라의 엔드투엔드(E2E) 기반 AI 주행 방식이 UNECE의 국제 안전 기준 UNR171(DCAS)을 충족한 첫 사례다.
이번 승인은 단일 국가 허가를 넘어 향후 글로벌 규제 수용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내년부터는 국내 보급 물량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非)미국산 차량으로도 적용이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자율주행 시장은 그간 제한적 구조에 머물러 있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특례에 따라 미국 생산 모델S와 모델X 등 일부 차종에만 FSD가 허용됐다. 반면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델Y와 모델3는 규제에 막혀 기능 적용이 제한됐다. 국토교통부는 국제적 안전 검증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비미국산 차량 적용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번 승인으로 정책 환경은 변화 국면에 들어섰다. 네덜란드는 UNECE(유엔유럽경제위원회) 산하 WP29에서 영향력이 큰 국가다. RDW는 18개월간 160만km 주행 데이터와 1만3000회 시승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했다.
이번 결정은 글로벌 기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6월 WP29 회의에서 UNR171 세부 지침이 확정될 경우 국내 도입을 늦출 명분은 약화된다. 업계는 내년 초 시행령 개정 이후 2027년 상반기 전면 허용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유럽과 한국에 적용될 FSD는 미국형과 일부 차이가 있을 전망이다. AI 주행을 기반으로 하되 안전거리 확보 등 일부 항목을 규칙으로 강제하는 혼합형 구조가 유력하다. 지역별 도로 환경과 규제 체계에 맞춘 알고리즘 조정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확산 속도는 인프라 구축에 달려 있다. 테슬라는 국내 주행 데이터 학습을 위해 그래픽저장장치(GPU) 확보와 전력 인프라 투자를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수입차 연간 5만대 상한 규제가 폐지되면서 자율주행 기능을 갖춘 차량 투입 여력도 확대됐다. 레벨3 상용화 이전에 시장 표준을 선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의 대응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포티투닷(42dot)을 중심으로 SDV 전환과 자체 OS 및 AI 주행 알고리즘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으나 상용화 속도 측면에서 격차가 존재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내년 중국산 테슬라 차량의 FSD 제한이 해제될 경우 국내 시장 내 경쟁 구도도 급변할 전망이다. 테슬라는 OTA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즉시 업데이트할 수 있는 반면 현대차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병행 최적화해야 하는 구조다. 현대차가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비전 기반 레벨2+ 기능 확대에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