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가이던스 대비 4.6% 증가…수천억원 기대 효과
원자재·유가 상승에 소비 부담 확대…내수 위축 가능성도
2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 2026.2.23 ⓒ 뉴스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7년 만에 1500원을 돌파하는 등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자동차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서 실적 개선 기대감이 나오지만,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위축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달러·원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22.1원 내린 1495.2원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과의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지정학적 긴장이 일부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환율은 지난 19일(1501.0원), 20일(1500.6원), 21일(1517.3원) 등 3거래일 연속 1500원을 웃도는 등 높은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단기적으로 고환율은 자동차 업계에 호재로 평가된다. 해외 판매는 달러로 거래되고 실적은 원화로 집계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환산 매출이 증가하는 구조다. 실제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가 지난해 역대급 매출 실적을 기록한 배경에도 고환율에 따른 차량 판매 단가(ASP) 상승효과가 핵심적으로 작용했다.
증권가에서는 환율이 10원 변동할 때 현대차·기아의 영업이익은 약 2000억~3000억 원 움직이는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 현대차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환율이 5% 상승할 때 세전이익은 약 1698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올해 가이던스를 발표하면서 환율을 1300원 후반대로 책정했다. 업계에서는 1370원 정도로 보고 있는데, 환율 1500원은 가이던스 기준보다 약 4.6% 높은 수치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를 이 기준에 적용할 경우 이익 규모가 수천억 원 늘어나게 된다.
장문수 현대차증권 연구위원은 앞서 현대차·기아에 대해 "현재 환율 수준은 기존 가이던스 대비 1조~2조 원 추가 이익 반영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고환율이 항상 호재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환율 상승 시 달러 기준으로 적립되는 판매보증 충당금이 늘어나며 비용 부담이 확대된다. 실제 지난해 4분기에는 환율 상승에 따른 충당금 증가로 완성차 업체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돈 바 있다.
고환율 장기화는 구조적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철강 등 원자재와 부품을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상 제조원가가 상승하고, 이를 차량 가격에 반영할 경우 내수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고유가와 맞물릴 경우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자동차 구매 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휘발유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을 넘을 경우 내연기관차 수요가 최대 10%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도 리스크로 꼽힌다. 환율이 높아질수록 현대차그룹의 투자 부담은 커지게 된다.
박상현 iM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고환율 현상이 단기간에 그친다면 주력 수출 업종의 실적 개선 효과가 두드러질 것"이라면서도 "장기화할 경우 원자재 수입 대금 결제 부담과 외화부채가 많은 기업들의 기초체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입차 업계 역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환율 상승이 지속될 경우 차량 가격 인상 압박이 높아지며 국내 시장 전반의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은 단기적으로 수출 기업 실적에 긍정적이지만, 장기화하면 비용 상승과 소비 둔화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