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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아 내가 그렇게 싫어? 그럼 없어져 주지, 어디 한번 잘 살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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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마쓰바라 하지메 '만약 세상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

큰부리까마귀. 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까마귀를 흉조로 여기면서 까마귀 우는 소리만 들려도 "재수가 없다"며 눈을 흘겼다. 도심의 쓰레기를 마구 헤집어 거리를 더럽히는 모습은 불결하기 짝이 없고, 전신주에 떼로 앉아 인간 세상을 응시하는 모습도 어딘가 소름 끼친다. 하필 깃털색도 온통 까맣다.

"그렇게 본다면 까마귀가 없는 편이 인간에게는 오히려 더 낫지 않을까?"

일본 조류학자인 마쓰바라 하지메 도쿄대 교수의 신간 '만약 세상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은 이런 물음에서 시작됐다. 사실 저자는 내로라하는 까마귀 팬. '최애'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앞서 여러 권의 책을 펴냈으나 달라지는 게 없자 "그럼 차라리 없애 보자"는 심경으로 펜을 들었다고 한다.

까마귀를 아끼는 조류학자의 항변이니 "까마귀가 사라지면 당장 재앙이 찾아온다"고 경고할 것만 같다. 그러나 저자는 "까마귀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이 그다지 떠오르지 않는다"면서 생태계와 인간사회에서 까마귀를 대체할 수 있는 조류 후보군을 물색하는 '엉뚱한' 방식으로 논의를 펼쳐 나간다.

우선 까마귀의 역할을 살펴보자. 잡식성인 덕에 생태계의 물질 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식생을 다채롭게 하는 데 기여한다. 사람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걸 두려워하지 않다 보니 여러 문화권의 전설이나 신화에 익숙하게 등장한다. '까마귀뱀'처럼 검은 몸통을 가진 동물의 이름에 쓰이기도 한다.

하지메 교수는 생물학적 사실에 얼마간의 비약을 더한 상상력을 동원해 찌르레기나 앵무새 갈매기 비둘기 솔개 등이 까마귀 노릇을 대신할 수 있을지 따져본다. 이런 식이다. '미소녀 전사 세일러문'의 비키가 데리고 다니는 새가 꿩이나 닭이라면? 큰까마귀를 국조로 쓰는 부탄은 어떻게 해야 하지?

만약 세상에서 까마귀가 사라진다면·마쓰바라 하지메 지음·나무의마음 발행·304쪽·1만9,000원

까마귀 역할 오디션의 결과는 "역시 까마귀 말고는 까마귀가 없다!"는 것. 막판에 가장 완벽한 대역으로 '야자민목독수리'가 부상하기도 하지만, 까마귀와 달리 인간의 말을 따라하는 능력이 없어 최종 탈락한다. 저자는 다재다능한 까마귀가 없어진 거리의 혼란한 풍경을 그려내 보이며 묻는다. "그럼에도 까마귀를 없애시겠습니까?"

300쪽 내내 유머를 잃지 않는 저자 특유의 경쾌한 문체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독자는 한 종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깊은 영향을 끼치는지 깨닫게 된다. 까마귀에서 시작해 생물학에서의 핵심 개념과 역사적 사건으로 확장해 나가는 서술 기법 덕에 자연에 대한 지식도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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