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대표 작가 라티 쿠말라
장편소설 '시가렛 걸' 국내 출간
라티 쿠말라 작가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편소설 '시가렛 걸'에 대해 말하고 있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 제공
"한 가족의 서사와 '정향 담배'라는 특수한 배경을 토대로 인도네시아의 역사적 비극과 진한 사랑 이야기를 함께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인도네시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라티 쿠말라(46)가 장편소설 '시가렛 걸'의 한국어판을 들고 13일 한국 언론과 만났다. 그는 "한국어로 번역된 인도네시아 작가의 작품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시가렛 걸'이 출간돼 매우 기쁘다"며 "한국 독자들이 인도네시아의 역사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소설은 2023년 공개된 넷플릭스 5부작 드라마 '시가렛 걸'로 먼저 알려졌다. 원작을 쓴 그가 시나리오 작업에도 참여했다. 이듬해 서울국제드라마어워즈에서 최우수 미니시리즈상을 받았다.
'시가렛 걸'은 1960년대 인도네시아 전통 담배인 크레텍 산업을 배경으로, 1940년대 인도네시아 독립 시기부터 2000년대 현대사까지 넘나든다. 담배 재벌의 세 아들이 임종을 앞둔 아버지가 애타게 부르는 여성 정야를 찾아 나서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꽤 유명한 크레텍 담배 공장 가문에서 태어난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소설의 씨앗이 됐다. 그는 "어린 시절 가족들로부터 집이 크레텍 공장이었고, 항상 정향 냄새가 진동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고 했다.
작가는 남성 중심의 시대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주체적 삶을 개척한 정야를 서사의 중심에 놓았다. 그는 "독자로서 한발 떨어져 보면 이 소설은 여성의 회복력에 대한 이야기"라며 "현대 여성들에게 이 이야기가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시가렛 걸·라티 쿠말라 지음·배동선 옮김·한세예스24문화재단 발행·332쪽·1만8,000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사는 그는 이번이 네 번째 한국 방문이다. 그는 "이미 많은 한국문학 작품이 인도네시아에서 번역 출간돼 인기를 끌고 있다"며 "최근에는 정보라 작가의 단편소설을 읽었다"고 했다. 그의 남편 역시 작가로, 한강의 '채식주의자'와 함께 2016년 부커상 후보에 올랐던 '호랑이 남자'를 쓴 에카 쿠르니아완이다.
'시가렛 걸'은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펴내는 동남아시아문학총서 일곱 번째 작품이다. 백수미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은 "개별 출판사가 선뜻 시도하기 어려운 동남아시아 명작을 발굴해 국내에 선보이고자 한다"며 "내년에는 역사와 문화를 잘 담아내면서도 몰입감 있게 읽히는 말레이시아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