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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연구 훔쳐 '조류학의 아버지' 타이틀 따낸 사기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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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켄 코프먼 '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

존 제임스 오듀본이 그린 아메리칸 골드핀치. 내셔널오듀본소사이어티

2020년대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삶의 롤모델을 찾던 저자가 분류학자인 데이비드 스타 조던(1851~1931)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어두운 이면을 발견하는 책이다. 조던이 평생을 바쳐 체계를 확립하는 데 매달렸던 '어류'가 후대에 와서 실은 그다지 유의미한 범주가 아님이 밝혀졌다는 결론부 내용은 자연과 인생을 대하는 우리의 관점을 흔든다.

조류학자 켄 코프먼이 쓴 '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도 이와 유사하게 '현대 조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존 제임스 오듀본(1785~1851)의 '흑역사'를 주제로 한다. 룰루와 달리, 서문에서부터 그의 실체를 까발린다. 동시대 또 다른 유명 조류학자를 이기고야 말겠다는 집념에 사로잡혀 타인의 업적을 가로챈 덕에 일약 스타가 되고, 자신은 물론 후손들까지 그 진실을 숨기려 기록을 날조했다는 것 등이다.

책 제목이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궁금했던 독자라면, 이쯤 읽고 덮어도 큰 부족함은 없을 거다. 그러나 저자는 오듀본이 거짓말까지 동원하며 본인이 외딴 황야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한 '링컨참새'가 알고 보면 북미 대륙 대부분 지역에 널리 분포해왔다는 사실을 시작으로, 남은 400쪽 동안 근대 조류학의 맹점에 대해 펼쳐 보인다. 오듀본에게 실망할 거리가 더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존 제임스 오듀본. John Syme 'The White House Historical Association'

우선 '발견'의 의미부터 따져보자. 코프먼은 "어떤 새가 과학계에 처음 알려졌다"고 말할 때, '누구'의 과학에 대해 얘기하는 것인지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의심할 여지 없이 방대한 전 세계 선주민들의 지식 창고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몇 가지 단편적인 부분뿐이다. 500년 전, 식민지 확장이 수많은 선주민과 그들의 언어를 휩쓸어 버리기 전 까마귀의 이름은 아마 수천 가지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30대 중반에야 조류학자이자 화가로서 길을 시작한 오듀본이 '발견 경쟁자'로 여긴 알렉산더 윌슨은 누구일까. 지금은 주석에서나 언급되는 처지가 됐지만, 저자는 기실 윌슨이 더 뛰어난 과학자이자 작가라고 평가한다. 후발주자인 오듀본은 그 명성의 격차를, 거대한 종이에 실물 크기의 새를 극적인 포즈로 그려내는 기법으로 따라잡았다. 전직 사업가로서의 수완인 셈이었다.

물론 탐험대를 꾸려 대륙을 넘나들면서도 정작 집 근처에 서식하는 미등록 품종을 알아차리지 못한 건 다른 학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외형이나 행동에 근거해 종을 분류했던 당시로는 생김새가 비슷한 새들을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었던 탓이다. 여러 종을 한 종으로 뭉뚱그려 발표하거나, 성장에 따라 털색이 달라지는 것을 모르고 어린 개체를 별도 종으로 보고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존 제임스 오듀본이 그린 검은배 물떼새. 내셔널오듀본소사이어티

자연을 연구하면서도 생명을 죽여 표본을 만드는 데 거리낌없던 것도 이들의 공통된 한계였다. 오듀본은 탐험 중 물소 사냥에 매료된 동료들의 동물 학살을 비난하긴커녕 그들의 무용담을 자신의 것으로 조작하기도 했다. 사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 지역으로 떠났다가 돌아갈 돈이 떨어지자 노예를 팔았다는 일화도 그가 '비인간 동물' 취급한 생명체에 대한 왜곡된 관념을 보여준다.

남의 학술 성과를 가로채고, 없는 새를 만들어내며, 이미 학명이 부여된 종을 새로 발견한 것인 양 굴던 오듀본의 허풍과 위선은 '출생의 비밀' 신화로 이어진다. 후에 아이티가 되는 산토도밍고에서 바깥주인과 가정부 사이 불륜으로 태어나 프랑스를 거쳐 미국에 정착한 오듀본이 사망 약 80년이 지나 후손이 쓴 책에서 '프랑스의 사라진 황태자'로 둔갑한 것이다.

허무맹랑한 사기꾼을 '아버지'로 떠받드는 학문이라니. 조류학이 빛바랜 성채처럼 느껴지지만, 저자는 오듀본이 학자로서 여러 중요한 공헌을 남긴 것도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연구자들이 선배 탐조인들의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품종에 붙은 차별적 표현을 수정하려 노력하고, 이미 알려진 새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37종을 새로 구분해낸 것은 주목할 만한 발전이다.

존 제임스 오듀본이 그린 아메리칸 플라밍고. 내셔널오듀본소사이어티

위인의 다면적 모습을 벗겨내는 것에서 시작해 생태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독자를 끌고 가는 코프먼은 개발주의가 생태 지도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도 언급한다. 멸종위기종의 개체수를 과거 수준으로 돌려내는 게 목표라는 청년 활동가들에게 그는 "그 목표는 불가능하다"는 진실을 끝내 삼킨다. "야생동물 보호에는 냉철하게 현실을 바라보는 능력이 필수지만, 이상주의도 중요하고 필요하다."

모든 새를 보았다고 믿은 남자·켄 코프먼 지음·일레븐 발행·464쪽·2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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