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산불, 부족한 강수 영향
대기 정체돼 오염물질 맴돌아
전쟁 여파로 석탄 발전 확대 우려
27일 서울 용산구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도심이 먼지에 덮여있다. 윤기훈 인턴기자
올해 3월은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 탓에 목 통증 등 불편을 호소하는 시민이 많았다. 실제 서울을 중심으로 공기질이 나쁜 날이 작년보다 늘었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란 전쟁의 장기화 탓에 원유 확보에 어려움이 커지면서 아시아 각국이 석탄 발전량을 늘려 우리의 대기질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이다.
27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전국 모든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또는 '매우나쁨'을 기록했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는 초미세먼지주의보까지 내려졌다. 초미세먼지 나쁨은 공기 부피당 초미세먼지 농도(㎍/㎥)가 36~75일 때, 매우나쁨은 76 이상일 때를 의미한다. 초미세먼지주의보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75㎍/㎥ 이상인 생태로 2시간 이상 지속될 때 발령한다.
올봄 미세먼지는 여러 지표에서 지난해보다 나빠졌다. 이달 1일부터 27일간 서울 25개 자치구 중 1개 이상 자치구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이상을 기록한 날이 총 21일이나 됐다.
이는 지난해 3월(총 16일)과 비교해
31.3% 늘어난 수치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중국 대형 산불에 부족한 강수…이란 전쟁 여파까지
기후당국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진 원인을 다양하게 분석한다. 우선 중국에서 만들어진 초미세먼지가 대기 흐름을 타고 국내로 많이 유입됐다. 특히
14일 중국 랴오닝성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영향이 컸다.
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때 동북3성(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에서 만들어진 초미세먼지가 북서풍을 타고 넘어와 한반도 초미세먼지 농도를 악화시켰다.
기후 상황도 좋지 않다. 이달 한반도 상공에는 고기압이 자주 자리했다. 고기압은 주변보다 대기 압력이 높아 공기 흐름을 정체시킨다. 이재범 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한반도 상공에 대기압이 오래 머무르면서 대기가 섞이고 흐르는 작용이 제한됐다"며 "똑같은 양의 오염물질이 들어와도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농도가 더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보다 비 내린 날이 적은 것도 하늘을 뿌옇게 만든 원인이다. 공기 흐름이 정체돼도 비가 충분히 내리면 오염물질을 일정 부분 씻어낼 수 있다. 하지만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이달 서울지역에 비가 내린 강수일수는 총 5일뿐이었다. 지난해 3월에는 총 8일간 비가 내렸다.
그래픽=박종범 기자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미국·이란 전쟁도 변수다. 세계 천연가스와 석유 물동량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국제 유가가 치솟자 중국 등 아시아 국가가 임시방편으로 석탄 발전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센터장은 "중국에서 석탄 발전량을 늘려 오염물질 배출이 증가하면 기본적으로 한국 초미세먼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전했다.
30일까지는 미세먼지 좋지 않을 듯
기후당국은 오는 30일까지는 국내 미세먼지가 계속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기후부는 상황을 주시하며 대응책을 준비 중이다. 매년 12월부터 3월까지 시행되는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를 유지하면서 불법 미세먼지 배출 사업장에 대한 감독을 강화할 방침이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는 상황에 따라 석탄발전 가동을 축소하고 노후차량 운행제한 등의 조치를 시행하는 게 핵심이다.
28일 중국 상하이에 있는 우징 석탄 화력발전소 전경. 연합뉴스
의료 전문가들은 초미세먼지에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김상혁 고대구로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고농도 미세먼지에 노출되면 시간을 두고 심혈관 질환, 기관지염, 호흡기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며 "미세먼지가 있는 날에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