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공개 78편 포함해 54개국 237편 상영
폐막작은 계엄 직후 상경 투쟁 다룬 '남태령'
김효정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지난달 3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상영작을 소개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문석(왼쪽부터) 프로그래머, 문성경 프로그래머,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 공동집행위원장도 참석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27회를 맞은 전주국제영화제가 29일 개막한다. 미국 감독 켄트 존스가 연출한 ‘나의 사적인 예술가’가 개막작이다. 2024년 12월 ‘남태령 대첩’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남태령’ 상영으로 끝을 맺는 이번 영화제에는 54개국 237편이 상영된다. 세계 최초로 상영되는 영화는 78편이다.
개막작 ‘나의 사적인 예술가’는 평론가 출신으로 다큐멘터리 연출부터 시작한 존스 감독의 두 번째 극영화다. 젊은 시절 시인으로 활동했으나 지금은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70대 남성 색스버거(윌럼 더포)가 자신의 오래 전 작품에 매혹된 젊은 예술가 무리와 만나면서 느끼는 심리적 변화를 그린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와 ‘트론: 아레스’로 얼굴을 알린 한국계 미국 배우 그레타 리가 색스버거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 배우 글로리아 역으로 출연한다. 19세기 빈 모더니즘의 대표 작가인 아르투르 슈니츨러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 부문에서 상영됐다.
영화 '나의 사적인 예술가'.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문성경 프로그래머는 지난달 3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전주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과거를 버리지 못하는 현대 뉴욕을 그려내면서도 전직 시인인 주인공을 통해 예술가들의 삶 뒤에 숨겨진 허영과 두려움을 드러내고 그 신비로움을 벗겨내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폐막작은 ‘어른 김장하’로 이름을 알린 김현지 감독의 신작 다큐멘터리 ‘남태령’이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이후 트랙터로 상경한 농민들과 여성들이 서울 남쪽 관문인 남태령에서 경찰에 가로막혔던 ‘남태령 대첩’을 그린다. 민중의 저항이 남긴 정치적 영향을 그리기보다 당시 참여했던 사람들의 후일담, 소셜미디어에 남긴 기록, 연단에서 외친 발언 등에 초점을 맞췄다. 시위대를 지지하기 위해 거리로 뛰어나온 2030 세대 여성과 성소수자들의 연대도 작품에 담겼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크고 작은 특별전이 여럿 준비된다. ‘뉴욕 언더그라운드-더 매버릭스’ 특별전에선 1960, 70년대 미국 뉴욕의 급진적 영화 예술가들을 조명하고, ‘조금 낯선 안성기를 만나다’를 통해서는 올해 초 세상을 떠난 배우 안성기의 연기를 돌아볼 수 있다. 홍콩 현대 미술관 M+의 복원 프로젝트를 통해 선보이는 특별전 ‘홍콩귀환: 시네마+아방가르드’와 박세영 감독, 우가나 겐이치 감독의 작품을 각각 상영하는 미니 특별전도 마련된다.
지난 3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에서 변영주 감독이 자신이 맡은 섹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제공
영화인의 취향에 맞는 영화를 관객과 함께 감상하는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에는 변영주 감독이 함께한다. 데이비드 린 감독의 고전 ‘아라비아의 로렌스’, 일본 다큐멘터리 감독 오가와 신스케의 ‘청년의 바다’, 벨기에 다르덴 형제 감독의 ‘내일을 위한 시간’과 함께 자신의 영화 ‘낮은 목소리’와 ‘화차’를 상영한다. 변 감독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경험이 얼마나 멋진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부터 대미를 장식할 서울독립영화제까지 영화제가 고민을 함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준호 공동집행위원장은 “올해 영화제에서는 대중이 친숙하게 영화제를 즐길 수 있도록 유니버설픽쳐스와 함께 ‘슈퍼 마리오 갤럭시 in 전주’ 같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며 “국내외 영화산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양한 영화를 선정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