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 사적서 1937년·2020년 발견된 두 비석 조각
국립경주박물관서 이어 붙여 13일부터 특별 전시
광개토대왕릉비 닮은 글자 "고구려제" "신라제" 논쟁
경주 월성 서쪽에서 발견된 비석 조각.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가 2020년 발굴한 조각(왼쪽)과 1937년 발견돼 국립경주박물관이 소장해 온 조각(오른쪽)을 이어붙여 하나의 비석에서 나온 조각임이 확인됐다.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신라의 천년고도인 경북 경주시 월성 터에서 발굴된 비석 파편들에 학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1937년 발견된 조각과 2020년에 새로 나온 조각이 하나의 비석에서 떨어져 서로 맞물리는 파편이라는 사실이 확인됐고, 그 글자가 고구려 광개토대왕릉비의 글자를 닮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고구려제 비석임이 확인될 경우 고구려 전성기인 5세기에 신라를 복속했음을 증명하는 유물이 될 수 있다.
국가유산청 국립문화유산연구원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와 국립경주박물관은 13일부터 경주박물관 신라천년보고(개방형 수장고)에서 '경주 월성 서편 수습 비편'을 전시한다고 밝혔다. 경주연구소가 2020년 수습한 비석 파편 한 점과 1937년 발견돼 경주박물관이 소장해 온 비석 파편 한 점을 짜맞춘 상태다.
1937년 발견된 비석 조각은 존(存)이란 글자 하나만 남긴 채 대부분 훼손된 상태라 오랜 시간 주목받지 못했다. 그런데 2020년 경주연구소가 월성의 방어용 도랑(해자)을 발굴하는 과정에서 공(貢) 백(白) 등이 적힌 비석 조각을 발굴했고, 두 조각이 정확하게 맞물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83년의 격차를 두고 발굴된 두 조각을 이어붙인 결과 두 조각에 걸쳐 있던 칭(稱)이라는 글자를 포함해 총 16자가 확인됐다.
이 발견을 두고 학계에선 고구려사 연구자를 중심으로 비석이 고구려에서 제작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신라 비석에 흔한 해서(정자로 반듯하게 쓴 글자체)가 아닌 고구려 비석에 많은 예서(도장 등에 쓰이는 한자를 간략화한 중국 고대 글자체)를 썼기 때문이다. 공·백·칭 등은 광개토대왕릉비에도 새겨졌는데, 양쪽 모두 글자체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돌의 재질이 경주 남산에서 채석된 알칼리 화강암인 점, 정교한 표면 가공 방식은 통일신라 이후의 것으로 보인다는 점 등을 들어 해당 비석이 신라에서 제작됐을 것이란 주장이 신라사 연구자 위주로 제기되고 있다.
결국 비석의 정체는 남은 조각의 발굴로 밝혀내야 할 전망이다. 김현희 국립경주박물관 학예연구과장은 "이번 전시는 아직 풀리지 않은 역사적 질문을 관람객과 함께 나누는 자리"라면서 "추가 조각이 발견돼 이 비석의 정체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시는 8월 17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