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궁중문화축전 개막제 연출 양정웅 감독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 꽉 채운 70분 공연 준비
K문화 알리기 위해 외국인 입장 직접 요청하기도
2026년 봄 궁중문화축전 개막제의 연출을 맡은 양정웅 감독이 15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사진 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늘 궁을 무대로 하는 공연을 상상하곤 했습니다. 한국 전통과 현대와 미래가 연결되는 개막제가 될 수 있도록 꾸미고 있습니다."
24일 서울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열리는 국가유산 축제 '궁중문화축전'의 개막제 '궁, 예술을 깨우다-하이퍼팰리스'의 연출을 맡은 양정웅 감독은 15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진행된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해 연출 제의를 받고 고민 없이 수락했다"며 "영광으로 여겼다"고 말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회식과 2025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 그가 맡았던 굵직한 행사에 비한다면 800명 앞에서 70분간 벌일 이번 공연은 작은 규모일 수 있지만, 양 감독은 자신의 영감의 원천 중 하나인 궁궐에서 판을 벌일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왕실의 미학은 아름다움의 끝판왕"이라면서 "개인적으로도 경복궁을 자주 산책하고, 전각의 디테일을 살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양 감독이 살짝 소개한 개막제의 면면은 그의 장기로 꼽히는 '전통과 현대의 조화'로 요약할 수 있다. 공연의 뒷배경이 될 흥례문은 미디어파사드(건물 표면 위로 투사하는 영상)와 레이저 아트로 장식된다. 조선 왕이 오가던 길은 전자음악(EDM)을 배경으로 외국인 모델이 한복 패션을 소개하는 런웨이가 된다. 힙합 아티스트 우원재는 그의 곡 '강강술래'를 국가유산진흥원 예술단과 함께 공연하고, 스트리트 댄서 최호종과 국가무형유산 거문고산조 이수자 허윤정은 국악과 무용으로 조화를 이룬다.
양정웅 감독은 "개막제를 외국인들도 볼 수 있도록 국가유산진흥원 측에 티켓 개방을 제안해, 처음으로 외국 관광객들에게 티켓이 오픈됐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진흥원 제공
양 감독은 이번 공연을 최근 세계적 관심이 쏟아지는 K문화의 또 다른 일면을 소개할 기회로 여겼다. 입장권(무료) 일부를 외국인에게 별도 예매처를 통해 배부한 것도 양 감독이 제안했다. 궁중문화축전 개막제가 외국인 관람객을 받는 건 처음이다. 그는 "흥례문이 바이럴(온라인 유행)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오랜 시간을 이어온 고궁의 아름다운 선과 색감이 미디어아트·레이저의 빛과 만나서 해외로 뻗어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 감독 본업은 연극 연출이지만, 최근엔 조명·영상·음악 등 다양한 매체를 선도적으로 쓰는 '공연계의 얼리 어답터'로 통한다. 인공지능(AI) 영상이나 애니메이션 등도 만들어 실험해 보고 있다. 다음으로 연출을 맡고 싶은 대형 행사로는 '롤드컵'(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국제대회)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경복궁 근정전과 경회루, 창덕궁 비원 등의 아름다움을 열거하며 "조선 궁궐을 무대로 더 많은 공연을 펼쳐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