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익·서승만 등 공공기관장 인선 겨냥
"전문성 없는 인사, 예술 현장 모욕" 비판
대응 확대 예고… "수주 내 토론회 개최"
문화연대 등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재명 정부 문화예술 인사정책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강예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인사가 잘못됐다면 익명 문자라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익명 문자로는 될 것 같지 않아 이 자리에 이렇게 왔습니다."(이원재 문화연대 집행위원장)
이재명 정부의 문화예술 기관장 인사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시민단체 문화연대가 21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에는 65개 문화예술 단체와 794명의 예술인이 연명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임명을 시작으로 장동직 국립정동극장 이사장, 서승만 국립정동극장 대표, 황교익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 등에 이른 최근 8개월간의 인사를 문제 삼았다. 문화연대는 이를 '셀럽 인사' '캠프 인사' '밀실 인사'로 규정하며 청와대 사회수석실에 공식 면담을 요청하는 등 공동 대응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원재 집행위원장은 "최 장관 임명부터 시작해 대부분의 인사가 상식을 벗어났고, 서승만·황교익 인사가 결국 불을 질렀다"며 "문화예술 현장이 초토화됐다"고 비판했다. 김재상 사무처장은 "문화예술은 단순한 행정 영역이 아니라 사회적 가치와 방향을 만드는 공공 영역"이라며 "인사는 곧 정책이고 기준과 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하는데, 일방적인 밀실 인사와 셀럽 인사로 현장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예술인으로 참여한 이서연 싱어송라이터는 "예술인이 예술인으로 인정받는 절차는 까다로운데 공공기관장은 쉬운 기준으로 임명된다"며 "전문성 없는 임명은 예술인에 대한 모욕"이라고 했다.
학계와 작가 단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정용철 서강대 교수는 현 상황을 "축구 국가대표 감독으로 종목이 다른 서장훈이나 강호동이 온 것"이라고 비유하며 “정치적 친소관계로 점철된 인사로 예술 가치를 지켜 온 현장 활동가들의 자존감을 짓밟고 있다"고 비판했다. "열심히 해 봐야 정권과 가까운 사람이 다 차지한다는 냉소가 퍼질 때 문화예술의 창의력은 죽어버린다"고도 했다. 송경동 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국민주권정부는 선거 캠프 인사가 아니라 시민과 문화예술인이 주체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문화연대는 이날 △문화예술의 전문성과 신뢰를 훼손하는 일방적 인사조치 즉각 중단 △공공 문화예술기관 인사의 명확한 기준 수립과 공개 △문화예술 현장과 소통을 기반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시스템 구축 △인사혁신처가 인사 과정 전반을 조사하고 책임을 명확히 규명할 것 △이 대통령이 문화 분야 인사정책에 대해 직접 사과하고 전면 재검토할 것 등 5가지를 요구했다. 이들은 이날 청와대 사회수석 면담 요청 공문을 제출하고 향후 대응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김 사무처장은 "2, 3주 내 인사 정책 전반을 논의하는 현장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