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과일·고구마 과다 섭취 땐 중성지방 수치 상승…생활습관 개선이 심장병·뇌졸중 예방 첫 걸음
우리는 주변에서 중년 사무직 직장인의 허리띠 위로 불룩하게 나온 뱃살이나, 회식 자리에서 허리끈을 풀고 식사하는 여성들의 복부비만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키와 몸무게 기준으로는 비만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복부에 지방이 집중되는 이른바 '복부비만'이 비교적 흔하며, 이로 인해 당뇨병과 고지혈증 같은 대사질환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 복부 지방이 많을수록 혈액 속 중성지방 수치가 상승한다.
48세 여성 환자가 건강검진에서 중성지방 수치가 360mg/dL(정상 150mg/dL 이하)으로 높게 나타나 약물치료를 상담하기 위해 내원했다. 키 160cm, 체중 62kg으로 체질량지수 기준 비만에는 해당하지 않았지만, 허리둘레가 92cm로 복부비만이 있었다.
식습관을 확인한 결과, 평소 밥 섭취량은 많지 않았으나 점심 운동 후 떡 2~3개와 과일을 많이 섭취하고 있었다. 또 저녁식사 이후에도 귤 5개, 사과 반쪽 등 과일을 꾸준히 먹고 있었다.
이에 운동 후에는 과일 섭취를 사과 반쪽 정도로 제한하고, 식사 때는 밥과 김치 위주의 식사 대신 살코기와 생선 등 단백질 반찬을 충분히 포함하도록 처방했다. 저녁식사 후 과일로 먹던 후식은 오전 시간대로 옮기고 섭취량도 절반 수준으로 줄이도록 했다. 이와 같은 식습관 교정 이후 중성지방 수치는 147mg/dL으로 떨어지며 정상 범위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뱃살이 많으면 가장 먼저 혈중 중성지방이 증가한다. 심장병을 떠올리면 콜레스테롤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한국인에게는 중성지방도 중요하다. 특히 당뇨병이 있는 경우에는 중성지방 증가가 심혈관질환과 매우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ChatGPT 생성이미지
식이·운동·절주 등으로 효과적 관리 가능
중성지방이 많을수록 뇌졸중과 심장병 위험이 커진다. 우리나라 사람은 밥을 위주로 한 채소 중심의 식습관과 과음 때문에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기 쉽다. 예를 들어 밥·국수·떡 등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하는 여성이나 음주 시 육류와 함께 술을 마시는 남성에게서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기 쉽다.
콜레스테롤과 달리 중성지방은 특정 음식 종류보다는 섭취한 열량이 신체활동으로 소비한 열량보다 많으면 늘어난다. 또 중성지방 수치가 150mg/dL 이상인 경우 낮은 군에 비해 유방암 발생 위험이 35% 높다.
심장병과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기 위해서는 생활습관 교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첫째, 열량이 높은 기름진 음식의 과다 섭취를 줄이고, 아이스크림이나 과일 등 간식 섭취를 조절하고, 체중을 5~10% 이상 감량한다. 살이 찌지 않고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과일이나 고구마, 떡 등 탄수화물 음식도 줄여야 한다.
둘째, 주 4~5회, 한 번에 30~60분 정도 걷기나 자전거 타기 같은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실천한다. 규칙적으로 걸으면 중성지방 수치가 평균 100mg/dL 정도 떨어진다. 셋째, 술의 종류와 관계없이 하루 2~3잔(여성은 하루 1~2잔) 이내로 음주를 제한한다. 음주는 중성지방 수치를 500mg/dL 이상으로 높여 급성 췌장염 같은 합병증을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중성지방이 높은 사람은 술을 하루 3잔 이상 마시지 않아야 한다.
흔히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과일이나 고구마도 적정량을 넘으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 결국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복부비만을 줄이는 생활습관이 심장병과 뇌혈관질환 등 주요 만성질환을 예방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