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라이프

하루 1만 보 안 채워도 된다…새로운 걷기의 기준 '7000보'

¬ìФ´ë지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천천히 오래 걷기보다 '숨차게 걷기'…고령자는 근력운동 병행해야

많은 사람이 '하루 1만 보 걷기'를 목표로 삼지만, 의학적으로는 하루 7000보만 걸어도 노후 건강 유지에 충분하다는 근거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다만 걷기 효과를 거두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강도가 필요하다. 따라서 앞으로의 걷기 기준은 '오래 걷기'보다 '숨차게 걷기'에 더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건강한 노후를 위한 생활습관으로 유산소운동은 빠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걷기는 가장 실천하기 쉬운 운동이다. 나이와 체력 수준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시간과 장소의 제약도 적으며, 별도 장비가 필요 없다. 관절에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저충격 운동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걷기는 중장년층과 고령층의 건강수명 연장에 도움이 된다. 걸으면 하체 근육이 수축하는 과정에서 마이오카인이라는 호르몬 유사 물질이 분비된다. 마이오카인은 에너지 대사와 혈관 기능을 조절하고 만성 염증을 억제하며, 인슐린 분비 촉진과 인슐린 저항성 감소, 종양 성장 억제, 뇌 신경세포 생성 및 연결성 강화 등을 통해 인지기능 향상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혜준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걷기는 고혈압·제2형 당뇨병·비만 등 대사증후군을 개선하고 심뇌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폐암·위암·식도암·대장암·신장암·방광암·유방암·자궁내막암 등 8가지 암의 발생 위험을 낮추고,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도 낮춘다. 이 밖에도 걷기는 수면의 질을 개선하고 우울증과 치매 위험을 낮추며 인지기능을 향상시키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사저널 임준선

7500보 지점에서 걷기 효과 둔화하는 현상

걷기의 효능이 널리 알려지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누구나 손쉽게 걸음 수를 관리하는 시대가 됐다. 특히 하루 1만 보라는 숫자는 어느덧 건강을 가늠하는 상징처럼 자리 잡았다. 하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하루 1만 보 걷기'에는 뚜렷한 의학적 근거가 없다. 이 개념은 1960년대 일본의 만보기 광고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보기 개발 과정에서 숫자 '만(万)'의 한자 형태가 사람이 걷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이유로 선택됐다고 전해진다. 이후 건강 캠페인과 결합되면서 '1만 보 걷기'는 대중적인 건강 통념으로 자리 잡았다.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령층에서는 하루 1만 보, 2만 보처럼 걸음 수로 운동량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는 신체활동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에 불과하다. 실제 운동 효과는 강도와 지속 시간, 근력 강화 여부 등에 크게 영향받는다. 걸음 수에만 지나치게 몰입하면 운동 강도가 부족해지고 근육 강화가 소홀해져 우리 몸에 필요한 충분한 신체활동을 달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실제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은 2019년 사망률과 적정 걸음 수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를 발표했다. 약 1만6000명의 70세 이상 여성을 4년 이상 추적 관찰한 결과, 하루 평균 4400보를 걷는 사람은 2700보를 걷는 사람보다 사망률이 약 41% 낮았다. 걸음 수가 늘어날수록 사망률은 하락했지만 약 7500보 지점에서 효과가 둔화하는 이른바 '플래토 현상'도 관찰됐다. 즉 7500보 이상을 걷더라도 사망률 하락 효과가 크게 추가되지는 않았다.

이 연구는 걷는 양이 많지 않더라도 걷기 자체가 전혀 걷지 않는 것보다 건강에 이점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다만 연구 대상이 고령 여성으로 제한돼 있어 하루 7500보가 모든 연령과 성별에 적용되는 최적의 기준이라고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할 단서를 2021년 미국 매사추세츠대 연구팀이 제시했다. 중년층 2110명을 10년간 추적한 결과 하루 7000보 이상 걷는 사람은 그 미만인 사람에 비해 사망 위험이 최대 60% 낮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1만 보 이상을 걷더라도 사망 위험이 추가로 더 낮아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1만 보 이상을 걷는 사람과 7000~9999보를 걷는 사람 사이의 사망 위험 감소 효과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

지난 10년간 발표된 관련 논문 57건, 약 16만 명의 데이터를 종합한 메타분석 연구 결과도 2025년 세계적인 학술지를 통해 발표됐다. 호주·영국·노르웨이 연구팀이 참여한 이 연구에서 하루 2000보를 걷는 사람보다 7000보를 걷는 사람의 조기 사망 위험이 47% 낮았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2000보에서 7000보 사이 구간에서 건강 이득이 가장 비약적으로 증가했다는 점이다. 심혈관질환과 당뇨병 위험은 각각 25%와 14% 낮아졌고, 정신 건강과 인지기능 측면에서도 치매 위험이 38% 감소했으며 낙상 위험도 28% 줄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7000보 이후부터 점차 완만해졌고, 1만 보를 걸어도 추가적인 건강 지표 개선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하루 7000보라는 수치는 주요 만성질환 예방과 사망 위험 감소를 위한 '골든 넘버'인 셈이다. 1만 보라는 상징적 숫자에 얽매여 무리하기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7000보가 훨씬 더 현실적이고 효율적이라는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1만 보 걷기 운동 후 스마트폰 앱으로 걸음 수를 확인하고 있다. ⓒGoogle Gemini 생성이미지

걷기도 과하면 부상 위험…개인 맞춤형 필요

그렇다고 숫자 자체에만 매몰돼 무리하게 7000보를 채울 필요는 없다. 특히 평소 활동량이 적었던 사람이 갑자기 목표치를 높이면 근골격계에 과도한 부하가 걸려 오히려 부상을 초래할 수 있다. 이혜준 교수는 "다양한 건강 효과가 있는 걷기 운동도 자신의 신체 상태에 맞게 하지 않으면 오히려 척추와 관절에 부담을 줄 수 있다. 특히 골다공증이 있는 중장년층이나 무릎 관절질환이 있는 경우 경사진 길을 걷거나 딱딱한 바닥에서 무리하게 힘을 주어 걸으면 관절질환이 악화돼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족저근막염 환자의 경우 바닥을 반복적으로 디디는 걷기 운동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7000보는 약 5~6km에 해당한다. 시속 4km로 걸으면 약 1시간20분 걸린다. 이 정도 거리는 초심자에게 심리적 부담이나 지루함을 주어 운동을 쉽게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처음부터 무리하기보다 단계적으로 목표를 높여가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혜준 교수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던 사람은 하루 4000~6000보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이 정도만으로도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 효과가 나타난다. 중요한 것은 1~2주 간격으로 1000보씩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건강한 성인은 하루 7000~8000보 정도면 충분하다. 고령층에서는 연구상 6000~8000보 구간에서 사망률 하락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만, 실제 권장 수준은 5000~7000보가 보다 현실적이다. 이 범위는 효과가 나타나는 구간을 포함하면서도 관절 부담과 낙상 위험 등을 고려한 수준이다. 또 고령층에서는 절대적인 걸음 수보다 보행 속도와 균형 능력, 하체 근력 유지가 건강에 더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걷기 효과는 '양'보다 '강도'가 좌우

다만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르게 걷는 습관이 필요하다. 같은 걸음 수라도 강도를 높여 걸을 때 심혈관 건강 개선 효과가 비약적으로 커진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증명됐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예방의학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하루 약 15분간 빠르게 걷는 것만으로도 사망 위험을 20% 낮출 수 있었다. 반면, 하루 3시간 이상 느긋하게 걷는 경우에는 이와 같은 수명 연장 효과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걷기 운동의 핵심은 단순한 '이동량'이 아니라 '심박수 상승'과 '대사 자극'에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빠르게 걷기'는 보통 시속 6km 이상을 의미한다. 이 속도로 7000보를 소화하면 50~60분 정도 걸린다. 심폐 체력의 대표적인 지표인 최대산소섭취량(VO₂max)은 최대 심박수의 60~75% 수준에서 유의미하게 향상되는데, 이는 옆 사람과 대화는 가능하지만 노래를 부르기에는 숨이 차는 정도의 강도다. 따라서 천천히 1시간을 걷기보다 약간 숨이 찰 정도의 속도로 20~30분 걷는 것이 심폐 기능 개선에 훨씬 효과적이다.

이러한 강도로 걷기를 규칙적으로 일상화할 때 운동 효과는 더 커진다. 일주일에 1~2회 정도 걷는 것만으로는 충분한 건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혜준 교수는 "대사 건강 측면에서도 운동 강도는 핵심적인 변수다. 중강도 이상의 속도로 걸으면 근육 세포 내 포도당 운반체인 GLUT-4가 활성화돼 혈액 속 포도당이 근육으로 원활하게 이동하며 혈당을 조절한다. 또 일정 수준 이상의 강도는 에너지 조절 센서인 AMPK를 자극해 지방 산화를 촉진하고 인슐린 감수성을 개선한다. 그러나 운동 강도가 너무 낮으면 이러한 대사 개선 효과를 충분히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건강을 위한 걷기의 진정한 가치는 '1만 보'라는 상징적 숫자가 아니라 개인의 신체 조건에 맞는 걸음 수와 적절한 운동 강도의 조화에 있다. 걸음 수는 건강을 향한 참고 지표일 뿐, 그 과정에 '숨차게 걷기'가 얼마나 포함되었는지가 실제 건강 수명을 좌우한다.

운동 강도를 높여 빠르게 걷다 보면 관절과 근육에 부담이 커져 부상 위험이 커진다. 따라서 속도를 올리기 전, 부상을 방지하고 효율을 높이는 올바른 보행 자세를 숙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걸음의 시작은 발뒤꿈치부터 지면에 닿아야 하며, 무릎은 흐트러짐 없이 정면을 향해야 한다. 이때 복부와 엉덩이에 가볍게 힘을 주면 허리가 과하게 젖혀지거나 엉덩이가 뒤로 빠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팔꿈치는 80~90도 각도로 가볍게 굽혀 앞뒤로 흔들고, 시선은 정면을 유지해 고개가 15도 이상 숙여지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 이혜준 교수는 "특히 노년층이나 퇴행성 관절염 환자는 유연성이 부족해 작은 충격에도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본격적인 걷기에 앞서 5~10분간 무릎, 발목, 어깨 관절을 중심으로 충분히 스트레칭해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넓혀주는 과정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고령자에게는 걷기와 같은 유산소운동뿐 아니라 근력운동의 병행이 필수적이다. 근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걷기조차 신체에 과도한 부담이 돼, 결국 운동 자체를 기피하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따라서 규칙적인 근력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유지하는 것은 걷기 능력과 전반적인 신체 기능을 지탱하는 데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신현영 교수는 "걸음 수라는 수치에만 매몰되기보다, 걷기를 기본으로 하되 근력 강화와 숨이 찰 정도의 유산소운동을 적절히 배합해 전반적인 운동 강도를 높여야 한다. 무엇보다 자신의 건강 상태와 기저질환을 고려해 운동의 종류와 강도, 시간을 전문가와 상의해 조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¹ì‹ 2026´ëª…궁금˜ì‹ ê°€

지ê¸ë°”로 AI가 분석˜ëŠ” 가•교¬ì£¼ 리포¸ë 받아보세

´ëª… œë‚˜ë¦¬ì˜¤ •인˜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