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sisa@sisajournal.com]
눈부심·깜빡임·눈 주변 경련…에너지 균형 무너지면 나타나는 증상
4년 전부터 심한 눈부심과 잦은 눈 깜빡임, 눈 주위 경련으로 안구건조증을 의심하며 안과 진료를 받아온 61세 환자가 최근 파킨슨병으로 진단됐다. 환자는 수면장애가 약간 있었고, 검사에서 보행 이상이 확인됐으나 기억력 저하 등 뚜렷한 신경학적 이상은 없어 전문직 업무를 큰 문제 없이 수행해 왔다. 다만 지난해 검진과 비교해 올해 검진에서는 전반적으로 행동이 다소 느려진 증상과 함께 청력이 약간 저하됐다는 소견이 나왔다. 초기 주 증상이었던 눈부심과 눈 깜빡임은 보톡스 치료를 받으며 상당 부분 호전된 상태다.
필자는 약 20년간 규칙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경동맥 동맥경화가 확인된 이 환자에게 고지혈증 약물치료를 시행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환자의 질병 경과를 관찰할 수 있었다. 현재 환자는 파킨슨병의 전형적인 증상을 보이지 않는 상태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기능은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시행한 파킨슨병 PET 검사에서 확진됐고, 보행 및 균형 평가에서도 뇌 기능 이상을 의심할 만한 징후가 관찰됐다.
우리 몸에서 힘이 떨어졌음을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장기는 어디일까. 조금 과로할 때 나타나는 증상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소화가 잘 안되거나, 기억력이 떨어지거나, 가슴 두근거림 같은 증상이 대표적인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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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저하를 가장 먼저 나타내는 장기는 눈
하지만 일상에서 피로를 가장 먼저 체감하기 쉬운 부위는 눈이다. 현대인은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는 직업군이 아니더라도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디지털 기기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있다. 이 때문에 눈은 간만큼이나 쉬지 않고 기능을 수행하는 장기라고 볼 수 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눈은 항상 일한다. 눈의 힘이 떨어져 혈액순환 속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건조감, 조임, 떨림, 작열감, 통증, 충혈, 시력 저하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체력 저하를 가장 먼저 나타내는 장기는 눈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눈에 평소와 다른 증상이 나타나면 영양, 운동, 감정 관리 중 어느 부분에 문제가 있는지를 점검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심한 스트레스로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전신 혈관이 조이는 경우에 가장 심하고 빠르게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전체의 10% 이하다. 특별한 원인 없이 눈에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에너지 섭취와 신체활동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에너지를 공급하고 소비하는 균형이 깨져 교감신경계 과자극으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때는 몸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단순당과 지방을 보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평소에는 많이 먹지 말라는 음식이지만, 힘이 바닥났을 때는 소량의 당분이 즉각적인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꿀을 곁들인 우유, 포도와 우유, 소량의 초콜릿을 먹고 상체 근력운동이나 맨손체조, 짧은 시간 달리기 등 머리 쪽으로 혈액순환을 증가시키는 운동이 도움이 된다.
이 같은 방법으로 증상이 다소 호전된다면, 다음 끼니에는 곡물류와 채소류를 기본으로 하고, 오일이 포함된 생선이나 살코기를 충분히 섭취하면 증상이 없어질 수 있다. 다만 지나치게 과식하면 소화 부담이 커지므로 적정량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충혈과 함께 참기 어려운 심한 눈 통증이 있는 경우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 또는 소실 △시야의 일부가 가려져 보이는 증상 △눈 증상과 함께 심한 두통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즉시 병원 진료가 필요한 위험 신호다. 따라서 반드시 안과나 응급실을 우선 방문해야 한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