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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반복한 습관이 콩팥을 망가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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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고단백·짠 음식·진통제…과일·채소도 과하면 독

증상 없는 만성콩팥병, 일상 관리가 확실한 예방법

3월12일은 '세계 콩팥의 날'이었다. 만성콩팥병은 국민 7~8명 중 1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으로, 평소 신장 건강 관리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콩팥은 혈액 속 노폐물과 불필요한 수분을 소변으로 배출하고 전해질 균형 유지와 혈압 조절, 호르몬 분비 등을 담당하는 중요한 장기다.

하지만 손상이 진행되더라도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이 때문에 평소 무심코 반복하는 생활습관이 콩팥 건강을 해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고서연 인천힘찬병원 신장내과장은 "콩팥은 혈액 속 노폐물을 걸러내는 우리 몸의 필터 역할을 한다. 그러나 잘못된 생활습관이 지속되면 사구체(미세혈관 덩어리)의 여과 기능이 점차 떨어질 수 있다. 특히 고혈압·당뇨병·비만 등 만성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작은 생활습관 변화에도 콩팥 기능이 크게 영향받을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ChatGPT 생성이미지

고단백 식단 열풍…과하면 콩팥 기능 저하

최근 근감소증 예방이나 체중 감량을 위해 고단백 식단과 단백질 보충제를 함께 먹는 경우가 늘고 있지만, 이는 콩팥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고서연 과장은 "단백질이 체내에서 대사되면 요소 등 질소 노폐물이 생성되고, 이런 노폐물은 콩팥을 통해 배설된다. 이 과정에서 사구체 여과량이 늘어나 콩팥의 부담이 커질 수 있으며, 이런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면 사구체 손상이나 단백뇨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사람이라도 체중 1kg당 2g에 가까운 고단백 식단을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건강한 성인의 하루 단백질 권장 섭취량은 체중 1kg당 약 0.8g이다. 체중 70kg 성인이라면 하루 50~60g 정도로 달걀 2개와 닭가슴살 100g, 두부 반 모 정도에 해당하는 양이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콩팥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루 단백질 섭취량을 체중 1kg당 0.6~0.8g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고된다. 박철호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는 "과도한 단백질 섭취는 사구체 과여과를 유발해 장기적으로 콩팥 기능 저하와 관련될 수 있다. 단백질 섭취량은 개인의 체중과 신체활동 수준, 동반 질환 등을 고려해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콩팥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만 단백질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영양 결핍이나 근육량 저하가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근육량 저하나 근감소증 위험이 커질 수 있어 개인의 건강 상태와 질환 여부를 고려해 전문의와 상담한 후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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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트륨 과다 섭취, 혈압 올리고 콩팥에 부담

짠 음식을 즐기는 식습관도 콩팥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하루 소금 섭취량을 5g 미만으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섭취량은 7~9g으로 권고량을 웃돈다. 고서연 과장은 "저염식은 콩팥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 관리에서 중요한 요소다.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압이 상승하고, 콩팥의 미세혈관과 사구체에 부담을 주어 단백뇨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염분 섭취를 줄이기 위해서는 음식을 조리할 때 사용하는 소금이나 간장의 양을 줄이고, 외식할 때 추가로 소금을 더하는 습관을 피하는 것이 좋다. 또 국이나 찌개 같은 국물 요리는 맛이 짜지 않더라도 국물을 많이 마시면 염분 섭취량이 늘어날 수 있다. 따라서 국물 요리를 먹을 때는 국물을 되도록 남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염분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땀을 많이 흘린 뒤 수분과 전해질을 충분히 보충하지 않으면 탈수로 인해 콩팥으로 가는 혈류가 줄어들 수 있다. 박철호 교수는 "나트륨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혈압이 상승해 콩팥 기능 저하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흔히 무릎과 허리 등이 아플 때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를 찾는다. 이 약은 상당수가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어 비교적 쉽게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진통제를 장기간 복용하면 콩팥에 부담이 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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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제는 콩팥 혈관 확장에 관여하는 프로스타글란딘 생성을 억제해 콩팥 혈류를 떨어뜨릴 수 있다. 특히 고혈압약이나 이뇨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진통제를 임의로 함께 사용할 경우 급성 콩팥 손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미 만성콩팥병이 있는 환자는 콩팥 기능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진통제를 장기간 먹어야 할 경우에는 의사와 상담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박철호 교수는 "건강한 성인이라도 소염진통제는 필요한 경우에만 단기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복용 기간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이 콩팥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만성콩팥병 환자는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소염진통제보다는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를 사용하는 것이 콩팥 기능 보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파스와 같은 국소형 소염진통제는 전신으로 흡수되는 양이 비교적 적어 필요에 따라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강을 위해 과일과 채소를 챙겨 먹는 경우가 많지만, 이런 식습관이 만성콩팥병 환자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과일과 채소에 풍부한 칼륨이 콩팥 기능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고서연 과장은 "과일 섭취도 상황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 과일에 풍부한 칼륨은 콩팥 기능이 떨어진 환자에게 고칼륨혈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칼륨이 풍부한 식품을 충분히 섭취하면 혈압 조절에 도움이 되고 당뇨병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건강한 성인에게는 섭취가 권장된다. 그러나 만성콩팥병 환자는 칼륨 섭취에 대해 주치의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콩팥 기능이 저하되면 칼륨 배설 능력이 떨어져 혈중 칼륨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손발 저림이나 근육 마비, 혈압 저하, 부정맥 등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심장마비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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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채소에 풍부한 칼륨, 콩팥 환자는 주의

만성콩팥병 환자라고 해서 칼륨이 풍부한 식품을 완전히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영양학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환자의 콩팥 기능과 혈중 칼륨 농도 등을 고려한 개별적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철호 교수는 "최근 일부 연구에서는 칼륨 섭취가 늘어날수록 만성콩팥병 발생 위험이 낮아지고, 이미 만성콩팥병이 있는 환자도 콩팥 기능 저하 속도가 다소 완화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다만 콩팥 기능이 저하된 환자는 칼륨을 체외로 충분히 배설하지 못해 혈중 칼륨 농도가 정상 범위를 넘어서는 고칼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심장 부정맥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따라서 만성콩팥병 환자는 콩팥 기능과 복용 중인 약제, 혈중 칼륨 농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칼륨이 많은 식품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개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칼륨 과다 섭취는 특정 음식보다는 오히려 건강을 위해 챙겨 먹는 과일과 채소를 통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과일을 여러 개 먹거나 감자·녹색 채소가 한 끼 식사에 집중되고, 여기에 건과일이나 견과류 간식까지 더해지면 칼륨 섭취량이 쉽게 높아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성인의 칼륨 하루 충분섭취량을 약 3510mg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우 하루 2000~3000mg 수준으로 제한하는 것이 권고된다. 이는 바나나 5~7개에 들어있는 칼륨양과 비슷한 수준이다. 바나나·오렌지·키위·토마토 등은 칼륨 함량이 높은 식품이며 사과·배·포도·복숭아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채소는 데치거나 삶은 뒤 국물을 버리고 먹는 것이 권장된다. 생채소를 먹을 경우에는 물에 3~4시간 정도 담가두면 칼륨을 일부 줄일 수 있다. 또 말린 과일보다는 신선한 과일을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함께 콩팥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검진도 중요하다. 콩팥은 기능이 상당히 저하된 뒤에야 자각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평소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콩팥 기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콩팥 기능은 혈액검사로 측정하는 혈청 크레아티닌과 추정 사구체여과율(eGFR), 소변검사를 통한 단백뇨 검사 등으로 비교적 간단히 확인할 수 있다. 대한신장학회는 사구체여과율을 '콩팥 점수'로 설명하며, 60 미만일 경우 신장 전문의와 상담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고서연 과장은 "고혈압과 당뇨병은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이다. 고혈압이 지속되면 콩팥 사구체의 미세혈관이 손상되고, 당뇨병으로 인한 고혈당 상태는 사구체 기저막을 두껍게 만들어 여과 기능을 떨어뜨린다. 이러한 만성질환이 있거나 가족 중 신부전 병력이 있는 경우, 또는 진통제나 면역억제제 같은 약물을 장기간 복용하는 등 위험 요인이 있다면 정기적인 혈액검사와 소변검사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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