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20년간 연구 종합 리뷰, 심혈관·신경계 영향 규명…간접·3차 흡연 위험성 부각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인식 속에 연초 담배의 대체재로 자리 잡으며, 흡연 진입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해왔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일반 담배 흡연율은 2019년보다 약 12% 하락했지만, 전자담배 사용률은 약 8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에서 발생하는 에어로졸이 대기오염을 유발하고, 흡연자뿐 아니라 간접 흡연자의 전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변민광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의과대학과 UC 샌디에고 의과대학 연구진과 함께 지난 20년간의 연구를 종합한 리뷰 논문을 통해,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인식과 달리 다양한 유해성을 지닌 것으로 확인했다.
©시사저널 최준필
최근 연구에서는 전자담배에 포함된 유해물질과 흡연 과정에서 생성되는 에어로졸의 위험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전자담배 액상은 기기에서 가열되면서 미세먼지보다 작은 나노 입자의 에어로졸로 변해 공기 중에 퍼지거나 흡연자의 체내로 유입된다. 이 과정에서 니코틴과 중금속, 독성 물질이 나노 단위로 존재해 대기오염을 유발할 뿐 아니라, 흡연 시 폐포와 혈관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전자담배 노출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생체 반응은 산화 스트레스 증가와 염증 반응이다. 연구팀은 전자담배가 폐에 국한되지 않고, 뇌·심혈관계·대사계 등 거의 모든 장기에 영향을 미쳐 전신 독성을 유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전자담배 사용자는 비흡연자보다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최대 1.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를 함께 사용하는 여성에서는 중성지방 수치가 최대 3.9배까지 증가한 사례도 보고됐다. 이와 함께 니코틴과 나노 입자는 혈관 내피세포를 손상해 동맥경화와 혈압 상승, 동맥 경직도 증가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자담배는 뇌의 에너지 대사를 방해하고 염증을 유발해 인지 기능을 저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뇌의 포도당 이용률을 감소시켜, 뇌졸중 발생 시 뇌 손상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확인됐다.
전자담배 에어로졸이 벽지나 가구 표면에 달라붙는 '표면 침착'으로 인해 3차 간접흡연의 위험이 제기됐다. 이러한 잔류 물질은 환기 후에도 수개월간 남아 영유아나 반려동물에 직접적인 독성 노출을 일으킬 수 있다.
연구팀은 전자담배 에어로졸이 대기오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현재와 같은 대기오염물질 배출 추세가 이어질 경우, 관련 사망률이 2050년까지 두 배로 증가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변민광 교수는 "이번 연구는 전자담배가 폐에 국한되지 않고 전신 여러 장기에 걸쳐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는 공통된 결론을 제시했다. 전자담배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일반 대중과 정책 입안자, 의료계 모두의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