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투자로 '철수설' 진화
신차·전동화 전략은 과제로
한국GM이 8800억원 규모 설비 투자로 철수설 진화에 나섰지만 신차·전동화 전략 부재로 노조와 업계의 불안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헥터 비자레알 사장(가운데). /한국GM
[더팩트ㅣ황지향 기자] 총 6억 달러(한화 약 8800억원) 투자로 '철수설' 진화에 나선 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한국GM)을 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노조는 이번 투자가 근본적인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지난해 12월 3억 달러 투자에 이어 최근 추가로 3억 달러를 투입해 총 6억 달러 규모의 설비 투자 계획을 확정했다. 이번 투자는 부평공장 프레스 공장을 중심으로 한 설비 교체와 생산라인 현대화에 집중된다. 약 30년 만에 진행되는 대규모 프레스 설비 교체로 5000톤급 신규 장비를 도입해 노후화된 생산 인프라를 개선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통해 생산 효율성과 품질 안정성을 높이고 작업 환경과 안전성 개선도 병행한다는 계획이다. 공장 전반의 디지털 기반 생산 체계 구축과 공정 효율 개선도 추진될 전망이다.
한국GM의 수출 중심 구조도 이번 투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창원공장의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부평공장의 '트레일블레이저'는 북미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핵심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최근 3년 연속 한국 승용차 수출 1위를 기록했고 트레일블레이저 역시 수출 상위권 모델로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
한국GM은 연간 약 50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GM의 주요 글로벌 생산 거점으로 2002년 출범 이후 누적 약 1330만대를 생산했다. 약 1만2000명을 직접 고용하고 1600여개 협력사와 연계된 국내 자동차 산업 생태계에서도 일정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번 투자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투자 여건 개선으로 화답하겠다"고 밝혔고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역경제 안정과 고용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노후 설비 교체는 필요한 투자"라면서도 "이번 투자만으로 2028년 이후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뉴시스
미국이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국GM의 성 악화 우려가 커졌고 업계에서는 철수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여기에 직영서비스센터 9곳 전면 폐쇄 방침이 알려지며 불안감은 더욱 확대됐다. 이후 노사 협의를 거쳐 일부 거점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조정됐고 GM 본사의 추가 투자 계획까지 이어지면서 시장의 불안은 일부 진정됐다.
다만 이를 근본적인 우려 해소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지부는 "노후 설비 교체는 필요한 투자"라면서도 "이번 투자만으로 2028년 이후 불안을 해소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신차 프로젝트 부재 △미래차 전환 계획 불확실성 △지속적인 구조조정 전례 등을 이유로 이번 투자가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해외 사업장에서 투자와 구조조정을 병행해 온 GM의 행보를 고려할 때 경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장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국GM 내수 판매는 1월 765대, 2월 927대, 3월 911대로 1000대를 밑돌며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수출 중심 구조가 유지되는 가운데 내수 기반은 여전히 취약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투자가 글로벌 생산 거점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결국 기존 물량을 유지하기 위한 설비 투자 성격이 더 크다"며 "신차 배정이나 전동화 계획이 빠진 상황에서 거점 강화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고 생산 기능 중심 구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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