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관광재단, 미식 행사 개최
치열한 경쟁률 속 30여 명 참여
전나무 숲길 걷기·싱잉볼 명상
▲ 11일 월정사에서 열린 '강원 산사에서 특별한 미식' 행사에서 선재스님이 강연을 하고 있다.
4월의 햇살이 전나무 숲 사이로 비스듬히 내려앉은 11일 오후, 평창 오대산 월정사에서 사찰음식 명장 선재스님을 초청한 '강원 산사에서 특별한 미식' 행사가 열렸다. 선재스님은 최근 '흑백요리사2'에 출연, 화제를 모으면서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강원관광재단이 '강원 방문의 해'를 맞아 기획한 사찰 관광 프로그램으로, 온라인 신청 오픈 20초 만에 마감될 만큼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전국 1만 1000여 명이 신청해 37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은 30여 명만이 자리에 함께할 수 있었다. 월정사 공양실에 회색 승복 차림의 선재스님이 들어서자 공간의 무게가 달라졌다. 스님은 자리를 잡자마자 말을 꺼냈다.
"요즘엔 음식만 있고 문화가 없어요. 레시피야 다 찾으면 나오죠. 근데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지, 자연의 어떤 생명이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지, 그걸 아는 사람이 없어요."
이날 상에 오른 것은 봄나물 김밥, 봄나물 장떡, 메밀묵구이 세 가지였다. 세발나물, 머위, 쑥, 당근, 장아찌, 메밀묵. 재료만 보면 소박했다. 참가자들은 레시피를 따라 함께 음식을 만들었고, 스님의 손이 닿을 때마다 재료들이 이야기를 품기 시작했다.
▲ '강원 산사에서 특별한 미식' 행사가 11일 월정사에서 열렸다. 김진형 기자
"봄에 꼭 먹어야 할 것이 머위와 쑥이에요. 쑥은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봄철 혈전이 심장으로 향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무조건 좋다는 게 아니라 내 몸에 맞게 먹어야 해요."
당근을 채 썰면서도, 메밀 반죽을 고르면서도 이야기는 멈추지 않았다.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밥상 철학이 봄나물 향기처럼 조용히 번져 나왔다. 월정사와 인연이 있다고 밝힌 스님은 삶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 놓았다. 39살부터 마음 아픈 청소년들을 돌보다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았던 일, 코로나 이후 체중이 40kg까지 떨어졌던 고비등을 소개했다.
"그때마다 저를 살린 게 음식이었어요. 오늘 뭘 먹었더니 힘들었다, 편하게 잠잤다. 그걸 1년을 기록하면서 결국 항체를 만들었습니다. 음식이 약이라는 걸 내 몸으로 증명한 거예요."
최근 화제가 된 '흑백요리사' 출연도 이 철학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맛있고 예쁜 음식이 아니라, 식재료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몸에 흡수되는지를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 말 하나 하려고 나간 겁니다."
스님이 강조한 것은 자연과 인간의 '연결'이었다. "요리사는 통역사와 같아요. 당근은 당근의 생명이고 쑥은 쑥의 생명입니다. 자연의 생명을 쓸 때는 꿀벌이 꽃을 해치지 않고 꿀을 가져오듯 대가를 치러야 해요. 자연의 생명이 나와 둘이 아님을 깨달아가는 것, 그게 음식이 주는 가장 큰 지혜입니다."
강원도를 찾은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다. "숲도 공기도 물도 맑은 이 청정한 땅에서 온 식재료가 사람을 건강하게 합니다. 이 아름다운 강원도를 알리고, 이 음식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건강해졌으면 합니다."
▲ '강원 산사에서 특별한 미식' 행사의 메인 메뉴로 자리한 봄나물 김밥, 메밀묵 구이, 봄나물 장떡.
사찰음식 시연 후 참가자들은 월정사 전나무 숲길 걷기, 싱잉볼 명상, 전통차 차담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함께했다.
최성현 강원관광재단 대표이사는 "사찰 문화와 음식의 가치를 강원도를 넘어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좋은 기운과 추억을 함께 가져가시길 바란다"고 했다.
월정사 주지 퇴우 정념스님은 "과거에는 그저 먹거리만 채웠으면 됐지만, 지금은 우리들이 먹고 사는 문제가 가장 소중하다. 음식 속에서 우리의 삶이 형성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찰에 내려오는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의 행복을 챙겼으면 한다"고 했다. 김진형 기자
#월정사 #선재스님 #사찰음식 #봄나물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