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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스틸러] 투박하고 낯설지만 깊은 맛, 우리네 인생 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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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침스틸러] (20) 드라마 ‘미지의 서울’ 속 닭내장탕

지방에서 일하는 밝은 동생 미지

서울 공기업에 다니는 언니 미래

삶 바꿔 살며 서로의 무게 깨달아

이름·직업·사는곳은 겉모습일뿐

사람의 참된 가치는 이면에 있어

극중 미지도 한입에 반해 버린 맛

살코기 대신 값싼 내장 찾던 시절

노동자들 허기 달래주던 한 그릇

고춧가루 양념에 채소 더해 얼큰

알집 쫄깃·닭알 탱탱한 식감 일품

우리는 종종 겉모습으로 사람을 가늠한다. 학력이나 직업처럼 눈에 보이는 조건은 이해하기 쉽고 비교하기도 간단하다. 그러나 타인의 삶은 그 사람이 돼보지 않고선 깊이 들여다볼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는 단편만 보고 타자를 쉽게 재단하곤 한다.

마트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인공 ‘미지’는 쌍둥이 언니 ‘미래’가 되어 서울에서 우여곡절을 겪는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 스틸컷.

드라마 ‘미지의 서울’(2025년, 박신우 감독)의 주인공 유미지·유미래(박보영 분)는 각자 가진 생(生)의 무게가 다르다는 것을 서로의 인생을 바꿔 살아보며 깨닫는다. 미지와 미래는 일란성 쌍둥이지만 성격과 취향, 삶의 궤적까지도 정반대다. 밝고 쾌활한 동생 미지는 지방에서 임시직을 전전한다. 반면 조용하고 차분한 언니 미래는 서울의 한 공기업에 다닌다.

그러나 미래는 직장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으며 따돌림을 당한다. 쌍둥이 언니가 스스로를 포기하고 싶을 만큼 힘들어한다는 사실을 마주한 미지는 서로의 자리를 바꿔보자고 제안한다. 대신 한약을 먹어주고 수학 숙제를 해주던 어릴 적처럼 말이다.

미래의 모습으로 서울에 출근한 미지는 곧 위기에 놓인다. 신사옥 건설 예정지에 있는 닭내장탕집 ‘로사식당’의 부지 매입에 성공하지 못하면 ‘미래’는 모두가 기피하는 궁벽한 ‘칠달 지사’로 발령이 날 상황이다.

식당 주인 김로사(원미경 분)는 첫 만남에서 소금을 뿌리며 미지를 돌려보낸다. 이곳에서 미지는 ‘미래’가 아니라 ‘미지’의 방식대로 찾아가 시간을 들이고, 대화를 시도하며 로사의 마음을 연다.

드라마는 이름과 직업, 사는 곳은 표면적인 기준일 뿐 진정한 한 사람의 가치는 그 이면에 있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미래인 척했지만 ‘나다운 모습’으로 행동했던 미지처럼 로사에게도 닭내장탕집은 온전히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는 사정상 친구의 이름으로 살아가지만 이곳만큼은 빌린 이름과 상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의 노력으로 채웠다.

“발 닿는 대로 떠나서 식당에 들어가 일했어. 닭내장탕도 그때 배운 거야. 닭 내장은 아무도 안 가져가서 내 몫이 있었거든.”

사람들이 선뜻 찾지 않던 닭 내장은 로사의 몫이 됐다. 버려지던 부위가 손질되고 익혀져 손님을 만족시키는 그럴듯한 요리가 되듯, 그는 그 공간에서 터전을 일궜다. 투박하고 낯설지만 팔팔 끓인 닭내장탕은 깊은 맛을 낸다. 삶도 그렇다. 겉으로는 알 수 없지만 사정을 깊이 헤아려보면 저마다의 시간과 사연이 응축돼 있다. 뒤바뀐 미지와 미래의 일상도 소용돌이처럼 얽히고설키며 갈등을 빚으면서도 결국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성장해간다.

드라마 속 인물의 관계처럼 복잡하게 뒤섞인 그 벌건 닭내장탕은 어떤 맛일까. 극 중에서 사람들이 왜 그토록 기다려 먹는지 의아해하던 미지도 한입 먹고는 이유를 깨달았던 음식. 화면 속 보글보글 끓던 그 국물이 묘하게 속을 당겼다.

인천 동구 송림동 ‘창석원조닭알탕’에선 신선한 닭 내장으로 만든 탕을 맛볼 수 있다. 인천=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그 맛을 찾아 인천 동구 송림동을 찾았다. 1980년대 송림동 현대시장 맞은편 일대엔 닭내장탕집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한 포장마차 주인이 시장에서 ‘닭이 다 팔리고 나면 알집은 남는다’는 말을 듣고 조리한 것이 시초다. 값비싼 살코기 대신 저렴한 닭 내장을 찾았던 산업화 시기, 인근 제철소와 부두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퇴근길에 들러 굶주린 배를 채우곤 했다. 값은 부담 없고 인심은 넉넉해 늘 붐볐다.

지금은 통근버스가 생기면서 식당가를 그냥 지나치게 되다보니 어느덧 손님의 발길이 줄어 이젠 두곳만 남았다. 그중 한곳인 ‘창석원조닭알탕’은 30년 가까이 자리를 지켜왔다. 식당 문을 열자 고소한 향이 사방으로 퍼졌다. 오후 두시 무렵, 손님들은 이미 소주 서너병을 두고 잔을 기울이며 닭내장탕을 나눠 먹고 있었다. 한쪽에서는 식당 직원이 길고 붉은 알집을 툭툭 썰어 손질하고 있었다.

닭알은 산란 전 암탉의 배 속에 있는 알로 노른자만 있는 상태다. 알집은 흰자와 껍데기가 만들어지는 난관 부위로 곱창처럼 길고 속이 꽉 차 있다. 인천=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이곳 닭내장탕에는 닭알과 알집이 들어간다. 닭알은 산란 전 암탉의 배 속에 있는 알로 노른자만 있는 상태다. 알집은 흰자와 껍데기가 만들어지는 난관 부위로 곱창처럼 길고 속이 꽉 차 있다. 고춧가루 양념에 감자·파·미나리를 넣어 끓이고 마지막에 깻잎과 들깻가루를 얹는다. 사장 고방심씨(69)는 “잡내를 잡으려 새우가루와 된장도 풀어넣는다”고 했다.

주황빛 닭알이 익으면 연노란색으로 변한다. 한 국자 뜨면 둥근 닭알과 구불구불한 알집이 깻잎과 함께 올라온다. 고추냉이를 푼 간장이나 초장에 찍어 먹어본다. 닭알은 노른자처럼 풍미는 덜하지만 부드럽고 탱탱한 식감이 일품이다. 알집은 쫄깃하고 씹을수록 감칠맛이 배가된다. 국물은 얼큰하고 매콤하지만 텁텁하지 않다. 그래서 숟가락질을 멈추기 어렵다.

거칠어보이는 재료들이 부지불식간에 냄비 속에서 어우렁더우렁 조화로운 맛을 구현해내는 것이 신기하다. 우리의 나날 역시 부조리와 불행이 뒤죽박죽 어그러진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괜찮다. 서로 이해의 폭을 넓히고 곁을 내어줄 때 인생은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닭내장탕처럼 점차 완성돼가는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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