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연구원, 세브란스병원 연구팀 연구결과 발표
시각·공간 인지능력 먼저 저하땐 최대 7.3배 높아
순서 따라 경과 달라져…고위험군 조기 선별 가능
파킨슨병 환자에서 시각·공간 인지능력이 먼저 저하될 때 치매 전환 위험이 가장 많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립아트코리아
치매 하면 기억력 저하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최근 국내 연구진에 따르면 초기 파킨슨병 환자에서는 기억력보다 시각이나 공간을 인지하는 능력의 저하가 치매 위험을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단순한 인지 저하 여부보다 저하되는 기능 순서에 따라 향후 경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은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사업(BRIDGE)’을 통해 초기 파킨슨병 환자를 추적 관찰한 결과, 시각·공간 인지능력이 먼저 떨어질 경우 치매로 진행될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세브란스병원 연구팀이 초기 파킨슨병 환자 474명을 평균 3.5년 이상 추적해 진행됐다. 분석 결과, 시각·공간 인지능력이 먼저 저하된 환자는 기억력이 먼저 떨어진 경우보다 치매 위험이 7.3배, 전두엽·집행 기능이 먼저 저하된 경우보다 3.2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파킨슨병은 떨림, 경직, 느린 움직임 등 운동 증상이 특징인 퇴행성 뇌 질환이지만 인지기능 저하도 흔히 동반된다. 환자의 약 40%는 10년 이내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팀은 기존처럼 특정 시점의 인지검사 점수에 의존하는 대신, 인지기능이 저하되는 순서에 주목해 환자를 유형별로 구분했다. 그 결과 시각·공간 기능이 먼저 감소한 집단에서 치매 전환 위험이 가장 크게 나타났다.
뇌 영상 분석에서도 같은 경향이 확인됐다. 시각·공간 인지능력이 먼저 저하된 환자에게서는 관련 뇌 영역의 기능 저하와 도파민 감소가 더 뚜렷하게 관찰됐으며, 이는 치매와 연관된 변화가 함께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를 이끈 정석종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지 저하의 진행 순서를 기준으로 치매 위험을 분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초기 시각·공간 기능 저하 환자를 조기에 선별해 맞춤형 중재 전략을 설계하는 데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질병청은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파킨슨병 환자에서 치매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하는 기준을 확대·검증하고, 이를 예방과 관리 전략으로 이어가는 후속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