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 ‘베타차단제’ 복용환자 2540명 관찰
안정기 환자는 중단해도 재발·사망 위험 차이 없어
심근경색을 겪은 뒤 안정기에 든 환자라면 ‘베타차단제’를 끊어도 재발이나 사망 위험이 커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심근경색을 겪은 뒤 일정 기간 약을 복용하고 심부전 등 별다른 증상이 없는 환자라면 필수 치료제로 여겨온 ‘베타차단제’를 끊어도 재발이나 사망 위험이 커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평생 약’으로 인식돼온 베타차단제의 장기 복용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31일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환자 중심 의료기술 최적화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교수팀이 수행한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베타차단제는 심근경색 발생 이후 재발과 급사 위험을 낮추는 약제다. 심장의 과도한 흥분을 억제함으로써 심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 심근경색 환자라면 누구나 장기 복용해야 하는 약으로 받아들여져왔다.
문제는 부작용이다. 베타차단제를 오래 복용하면 피로감과 어지러움·구토·수면장애 등이 나타나 환자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렸지만 ‘끊으면 안 된다’는 인식으로 환자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복용해왔다.
클립아트코리아
연구진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국내 25개 의료기관에서 심근경색 발생 후 최소 1년 이상 베타차단제를 복용한 환자 2540명을 추적 관찰했다. 대상자는 심부전이 없고 좌심실 박출률(수축 시 내보내는 혈액 비율)이 40% 이상인 안정기 환자로 한정했다.
추적 관찰 결과, 약을 끊은 그룹과 계속 복용한 그룹 사이에서 심근경색 재발률과 사망률 차이는 미미했다. 실제 발생률은 오히려 약물 중단군(7.2%)이 지속 복용군(9.0%)보다 낮게 나타났다.
연구원은 “천편일률적인 약물 장기 복용을 줄이고 환자 개개인의 상태에 맞춘 의료를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연구로 인해 “불필요한 장기 복용과 부작용 부담이 줄어들 뿐 아니라 의료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는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