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청, 사릉·장릉서 들꽃 식재·고유제 개최
‘영혼적 재회’ 상징 정령송 주변에 식재
역사적 아픔 되새기고 치유 의미 담아
국가유산청이 경기 남양주 사릉과 강원 영월 장릉에서 들꽃 식재 행사와 고유제를 개최한다. 사진은 영월 장릉 전경.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조선의 비극적 부부 단종과 정순왕후의 이야기가 꽃으로 다시 연결된다. 500여년간 떨어져 있던 두 인물을 상징적으로 잇는 행사가 마련된다.
국가유산청은 11일 경기 남양주 사릉과 강원 영월 장릉에서 들꽃 식재와 고유제를 개최한다고 9일 밝혔다. 고유제는 중요한 일을 앞두고 그 의미를 조상이나 신령에게 알리는 의식이다. 이번 행사는 꽃이라는 생명의 매개를 통해 두 사람의 서사를 잇고 역사적 아픔을 되새기기 위해 기획됐다.
들꽃이 심어지는 곳은 장릉 내 정령송 주변이다. 정령송은 1999년 사릉에 있던 소나무를 장릉으로 옮겨 심은 것으로, 생전에 함께하지 못한 단종과 정순왕후를 상징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조성됐다. 당시에도 두 인물의 ‘영혼적 재회’라는 의미가 담겼다.
경기 남양주 사릉 전경.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이번 식재 역시 같은 취지에서 진행된다. 사릉의 식물을 장릉으로 옮겨 심어 서로 다른 곳에 잠든 두 사람을 자연을 통해 잇겠다는 것이다.
단종과 정순왕후는 조선사를 대표하는 비극적 인물이다. 단종은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으나 숙부 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영월로 유배된 뒤 1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정순왕후 역시 신분이 낮아진 채 평생을 홀로 지내며 단종을 그리워해야 했다. 특히 정순왕후가 동망봉에 올라 영월을 바라보며 단종을 애도했다는 이야기는 이들의 애틋한 서사를 잘 보여준다. 두 사람은 사후에도 각각 영월 장릉과 남양주 사릉에 묻혀 떨어져 있다.
강원 영월 장릉 정령송 주변 들꽃 식재 예정 공간. 국가유산청
국가유산청은 이번 행사를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장릉과 사릉의 사초 씨앗을 채취해 키운 뒤 매년 한식 무렵 서로 교환해 심는 방식으로 정례화할 방침이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번 고유제를 통해 영월과 남양주가 역사적 자산을 공유하는 문화·경제 공동체로서 상생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조선왕릉 보존과 관리에 더해 역사와 이야기를 접목해 국민의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