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멕시코대 연구팀, 성인 9만여명 분석 결과
미세먼지 36개월 평균 농도 1㎍/㎥ 높아질 때마다
대장암 131%·유방암 109%·방광암 249% 등 위험↑
기후변화로 대형 산불이 늘어나는 가운데 산불 연기에 장기간 노출되면 폐암 등 여러 암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산불 연기를 마신 뒤 눈이 따갑고 숨쉬기 불편한 건 익숙한 경고 신호다. 그런데 이런 노출이 쌓이면 장기적으로 암 위험까지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뉴멕시코대 종합암센터 치전 우 박사 연구팀은 17~22일(현지시각)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 연례 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을 21일 발표했다.
그동안 산불 연기에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 등 발암물질을 포함한 여러 독성 물질이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로 사람의 암 발생 위험을 얼마나 높이는지는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산불이 점점 자주 발생하고 규모도 커지는 상황에서 장기간 노출이 암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봤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1993~2001년 전립선암·폐암·대장암·난소암 등의 암 병력이 등록되지 않은 미국 전역의 성인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산불 연기 노출 평가가 가능한 성인 9만1460명이었다. 연구팀은 참가자들이 사는 지역의 미세먼지(PM2.5)와 블랙카본 농도, 위성으로 확인한 산불 연기 발생 일수 등을 바탕으로 산불 연기 노출 정도를 계산했다. 분석 기간은 2006년부터 2018년까지다.
연구가 진행된 동안 참가자들 가운데 폐암은 1758건, 대장암은 800건, 유방암은 1739건, 난소암은 242건, 방광암은 896건, 혈액암은 1696건, 흑색종은 1127건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산불 연기와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산불 연기 노출은 폐암뿐 아니라 대장암·유방암·방광암·혈액암 위험 증가와도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난소암과 흑색종은 뚜렷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실제 연구에서는 산불 연기에서 나온 미세먼지(PM2.5) 36개월 평균 농도가 1㎍/㎥ 높아질 때마다 폐암 위험은 92%, 대장암은 131%, 유방암은 109%, 방광암은 249%, 혈액암은 63%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산불 연기가 단순히 눈이 따갑고 숨쉬기 어려운 정도의 단기 문제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를 이끈 치전 우 박사는 “산불 연기는 호흡기나 심혈관계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만성 노출 시 장기적인 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특히 산불 연기에서 나온 미세먼지 농도가 비교적 낮은 수준에서도 암 발생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에는 한계도 있다. 위성 자료가 2006년부터 있어 더 오랜 기간의 누적 노출은 반영하지 못했고, 참가자들이 실제로 실내와 실외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냈는지도 따지지 못했다. 연구진은 산불 연기의 성분과 발생 지역에 따라 건강 영향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더 정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