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한산하고 상가마다 '임대' 안내문…"권리금 없어도 안 찾아"
현대·롯데케미칼 대산공장 통폐합 계획에 근로자들 일자리 걱정도
비어 있는 대산읍내 점포와 임대 안내문
[촬영 정윤덕 기자]
(서산=연합뉴스) 정윤덕 기자 = "더 안 좋아졌으면 안 좋아졌지, 상황이 나아진 게 없어요."
중국과 중동의 생산 설비 증설로 인한 공급 과잉, 원자재 가격 불안정, 탄소중립 정책 강화 등으로 석유화학산업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충남 서산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된 지 6개월이나 됐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효과가 거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27일 찾은 대산석유화학단지 인근 상가 곳곳에는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길게는 1년 가까이 비어 있는 점포가 상당수에 이른다.
한 부동산중개인은 "요청받은 상가 임대나 매매 물건이 50건이 넘는다"며 "권리금 없이 가게를 내놓아도 찾는 이가 아예 없다"고 전했다.
텅 빈 대산읍내 식당
[촬영 정윤덕 기자]
방송에 맛집으로 소개된 적 있는 한 음식점에 이날 점심시간 방문한 손님이 2팀에 불과할 정도로 대산읍내 식당들도 한산하기만 했다.
한 식당 업주는 "기업 회식은 물론이고 주민들이 외식도 잘 안 한다"며 "과거 호황이던 시절과 비교하면 매출이 반토막 난 지 오래"라고 말했다.
정구영 대산읍 상인회장도 "4∼5년 전부터 저녁 6시 이후 거리에서 3∼4명씩 모여 다니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버티고 있는 상인들은 죽을 맛"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당시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기대가 점점 희미해져 가고 있는 것이다.
'대산 1호 프로젝트' 주요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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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다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이 110만t 규모의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양사의 중복·적자 설비 가동을 축소하는 등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대산공장 통폐합을 골자로 한 '대산 1호 프로젝트'가 본격 추진될 예정이어서, 근로자들과 상인들의 걱정은 더 커지고 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HD현대오일뱅크와 한화토탈에너지스, 롯데케미칼, LG화학 등 대산단지 4사마다 1∼2개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췄다.
지난해 2분기 대산단지 석유화학기업 공장 가동률은 68.0%에 불과했다.
그러다 보니 공장 증설은 언감생심이고 유지보수 업무조차 점점 사라져, 3천∼3천500명에 달했던 대산단지 일용직 근로자가 지금은 1천명 정도만 남았다.
고현상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 충남지부장은 "일감이 3분의 1로 줄면서 근로자들이 대형 현장이 있는 울산이나 수도권 등지로 떠나고 있다"며 "롯데케미칼이 NCC 가동을 멈추면 일자리는 더 없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업들은 3∼4년 넘게 신입사원을 뽑지 않은 채 정년퇴직 등을 통해 인력을 줄이고 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석유화학 분야 산업구조 재편 효과가 나기까지는 3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 상대적으로 싼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어야 우리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산단지 숙련 인력들이 서산 내 기업으로 재취업하거나 다른 지역에서 서산으로 유입되는 근로자에게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을 지급하고 물동량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화물운송업 종사자와 현장 일용근로자 등 5천명에게 1회 50만원을 지원하는 고용안정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지만,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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