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등 非EU 4개국-한국 FTA 개정 추진
한국-EFTA 자유무역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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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른=연합뉴스) 김지헌 기자 = "무역 파트너와 안정적이고 견고한 경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더는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규칙에 기반을 둔 투명하고 장벽 없는 자유무역을 약속하는 것은 정치적, 상징적 약속입니다."
지난달 25일 스위스 베른에서 만난 스위스 경제국(SECO) 나탈리 라스트 아시아·오세아니아 경제관계 국장은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해 고도화해 나가자고 하는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스위스 정부에 따르면 스위스와 한국은 스위스·아이슬란드·노르웨이·리히텐슈타인 등 비유럽연합(EU) 4개국이 구성한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한국 간 2006년 발효한 FTA를 통해 자유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
스위스는 한국-EFTA 간 FTA 발효 20주년을 맞아 이 FTA를 개정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고, 이를 위해 지난달 헬레네 부드리거-아르티다 경제차관이 방한하는 등 논의를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라스트 국장은 "체결한 지 20년 된 FTA가 좋기는 해도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있다"며 "그동안 세상이 변했고, 글로벌 공급망은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다. 다른 파트너들에 의해 새로운 관세가 도입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전쟁과 중동 상황 등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공급망 리스크로 인해 기존 FTA 관계를 정립하고 유사입장국 간 연대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통상 협상에서 3천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도 반대급부 성격의 안보 분야 협의는 아직 본격적으로 개시하지 못한 상태다.
스위스는 지난해 7월 카린 켈러주터 당시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양국 무역수지에 대해 '가르치듯' 설명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초래, 39% 고율 관세를 얻어맞고는 3개월여 협상 끝에 2천억달러 규모 투자 등을 약속하고서야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등 고초를 겪었다.
한국-EFTA 간 무역 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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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정부는 이처럼 경제 내에서 대외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국제 무역환경 변화에 민감하며, 고부가가치 업종 위주로 산업구조가 꾸려진 데다가 미국의 우방인 동시에 관세 타깃이 되기도 하는 한국과 스위스가 유사입장국이자 중견국으로서 협력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 주목하는 기류다.
라스트 국장은 한국-EFTA 간 FTA 개정의 구체적 내용과 이익에 대해 "협상을 시작하지 않아 아직은 알 수 없다"면서도 자유무역 체제를 지지하는 차원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크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는 "핀테크 등 20년 전 생각지 못한 수많은 새로운 분야가 있다"며 "한국 측과 공동위원회를 열기로 했으며, 그 자리에서 한국에 중요한 요소와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요소를 정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위스 외교부의 마르쿠스 라이트너 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스위스가 많은 영역에서 다변화를 추구해왔으며, 그 과정에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위스의 대(對)아시아 전략이 기존에는 '중국 전략'이었다가 2025년부터 한국 등 아시아 내 G20 국가를 포괄하는 '아시아 G20 전략'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라이트너 국장은 "공급망 차원에서의 다변화 전략의 일환이며, 과학 협력과 같은 정책 측면에서의 다변화이기도 하다"며 "이 지점에서 한국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한국이 매우 신뢰할 수 있고 생각이 비슷한(like-minded) 파트너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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