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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대신 영업 뛰어주는 설계사…비법은 오직 “정직”[영업비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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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경기 안양시 메리츠화재 안양본부에서 한성자(55) 지점장이 인터뷰하고 있다. 구정하 기자

매달 40~60건의 보험계약을 성사시키는 메리츠화재 안양1본부의 한성자(55) 지점장. 올해로 영업 18년 차가 된 그는 4만명이 넘는 메리츠 소속 설계사 중 100여명만 받을 수 있는 ‘연도대상’을 11번이나 거머쥐었다.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니겠거니 넘겨짚게 되는 화려한 성적표지만, 그는 오전 9시에 사무실로 출근해 오후 6시면 퇴근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를 신뢰하는 고객들이 대가도 없이 입소문을 내줘 직접 나서지 않아도 계약이 절로 굴러들어오는 덕택이다.

한 지점장은 스스로 영업 체질이라 생각해본 적 없다고 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고객과의 식사 자리조차 피할 정도로 낯을 가리는 성향이라서다. 일할 때는 일만 하자는 소신도 여느 ‘영업왕’들과는 달랐다. ‘호프집에서 만나자’는 고객에게는 “호프집 근처 편의점에서 만나자”고 잘라 답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제안에 응하면 고객과 한층 가까워질지는 모를 일이지만, 종이 글자도 잘 안 보이는 깜깜한 곳에서 보험 얘기를 할 순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친화력 대신 무기로 삼은 것은 정직함이었다. 상담 시간이 부족해도 상품의 단점까지 꼼꼼하고 정확하게 안내하는 게 그의 계약 방식이었다. 설명만 제대로 한다면 상품 단점은 더 이상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그는 17년간 몸소 체험했다고 했다. “늘 최고 좋은 상품만을 제안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하지만 단점을 잘 안내한다면 고객이 뒤늦게 단점을 알게 돼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니 결정에 영향을 끼치지 않아요.”

한번은 한 고객이 다른 설계사에게 실손보험을 추천받았다며 가입해도 괜찮겠냐고 물어온 적이 있었다고 한다. 100세까지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는 상품이었지만 고객은 이를 모르고 있었다. 한 지점장은 이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고, 결국 고객은 한 지점장에게 보험을 가입했다. 보험료를 100세까지 내야 한다는 점은 같았는데, 다른 설계사는 단점을 설명하지 않은 탓에 신뢰를 잃은 것이다.

한 지점장은 보험 가입을 설득하려고 애쓰지도 않는다. “말 한마디로 사람을 구워삶아 계약을 따낸다고 생각하는 건 자만”이라는 게 그의 신념이다. “그 사람의 환경이 자연스레 바뀌는 때가 있어요. 상대가 보험을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내가 준비돼 있으면 돼요.”

가끔 고객에게 안부 전화를 할 때도 보험 이야기를 직접 꺼내진 않는다. 주소가 바뀌진 않았는지, 최근에 병원에 다녀오진 않았는지 등을 물으며 자신이 아직 보험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알릴 뿐이다. “지금 안되면 아직 때가 아닌 거죠. 결국은 다 제 고객이 됐어요. 계약을 따내기 위해 어렵게, 치열하게 그런 건 해본 적이 없어요.”

그의 또 다른 영업 비밀은 고객을 도울 일이 있다면 누구보다 먼저 발 벗고 나선다는 점이다.

아들이 뇌졸중으로 쓰러진 60대 고객을 돕기 위해 하루 꼬박 밥도 못 먹고 병원을 지킨 일도 있었다. 계약 이후 보상청구 등 사후관리에 철저한 것은 당연지사다.

퇴근 이후에도, 주말에도 그는 늘 고객에게 “언제든 연락 달라”고 말한다. 지인의 소개를 받아 자신을 찾아온 고객에게 그 이유를 물으면 대부분 “관리를 잘 해주신다고 들었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신계약을 위한 ‘좋은 전화’ ‘나쁜 전화’를 구분하지 않아요. 나쁜 전화를 안 받을 거라면 좋은 전화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고객의 기분을 맞추기 위해 해야 할 말을 삼키진 않는다. 밤늦게 ‘술 먹으러 오라’고 전화하는 이에게는 “이런 식으로 전화하시면 진짜 제 도움이 필요한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을 수 없게 된다” 단호히 말하고, ‘암에 걸리면 죽는 거지, 암보험을 왜 드냐’고 성내는 이에게는 “한국인 3명 중 1명이 암 환자인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많은 사람이 상처받는다”고 언성을 높인 적도 있다. 이들은 결국 한 지점장의 고객이 됐다.

그에게 일이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었다. 내향적인 성격 탓에 영업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우연한 계기로 메리츠화재 입사 설명회에 참석하긴 했지만, 어떻게 하는 게 열심히 하는 것인지 그땐 정말 막연했다고 그는 회상했다.

당시 신입 교육을 맡은 단장은

200가정의 인적 정보를 쓸 수 있는

고객카드

한 권을 당시 교육생들에게 나눠주며, 이를 다 채운다면 기대하는 만큼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한 지점장은 시키는 대로 해보기로 했다. 친척, 지인에게 전화를 돌리며 한 장씩 써 내려갔다. 때로는 모진 답장이 돌아오기도 했지만 무던하게 버텼다.

고객카드 한 권을 다 채우기까지는 1년 남짓이 걸렸다. 20명 넘는 입사 동기 중 이 수첩을 실제로 작성하는 사람은 한 지점장이 유일했다고 한다. 수첩을 절반쯤 채웠을 때부터 기대했던 만큼의 월급이 통장에 꽂혔다. 몇몇 동기들은 이렇다 할 수입을 거두지 못하고 회사를 떠나기 시작했다.

한 지점장이 메리츠화재 안양본부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모습. 구정하 기자

고객카드를 쓰고 보험 공부까지 하기에 일과 시간은 짧았다. 한 지점장이 당시 매일 아침 7시30분에 출근해 밤 10시가 돼서야 퇴근했던 이유다. 인터넷도 없던 시절 혼자 보험증권을 용어 하나하나 뜯어보려니 늦은 밤에도 집으로 돌아가기 아쉬울 정도였다.

“보험은 처음이 중요해요. 3년 지나고부터 열심히 하는 건 쉽지 않아요. 불안하거나 힘들 때 돌아갈 수 있는 ‘초심’이 있어야 해요.”

한 지점장이 이제까지 의욕을 잃지 않고 꾸준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메리츠화재의 인사체계 덕이 컸다고 한다. 메리츠는 2016년 손해보험 업계 최초로 ‘사업가형 본부장’ 제도를 도입했다. 대부분 보험사는 관리자 자리를 공채 출신 정규직 대졸 사원으로 채웠었는데, 메리츠는 비정규직인 설계사가 학벌·나이·성별에 관계없이 성과에 따라 지점장과 본부장이 되도록 조직을 개편한 것이다. 지점장 자리가 실제로 그에게 능동적인 ‘사업가 마인드’를 심어줬다고 한다.

한 지점장은 ‘명예이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연도대상을 최소 13번 이상 받은 메리츠의 우수설계사에게 부여되는 임원 지위다. “명예이사는 반짝 잘한다고 될 수 없어요. 제가 목표로 했던 길게, 꾸준히 우상향하는 삶을 살았다는 의미처럼 느껴져요. 그렇게 되면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진 다 올라갔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그저 정직함과 꾸준함이면 된다고 생각해요. 저한테 특별하게 고객을 감동하게 하는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고객을 밤이고 낮이고 쫓아다닌 기억도 없어요. 고객이랑 너무 친한 것도 저는 원치 않아요. 보험설계사와 고객의 거리가 지켜지는 관계, 그게 딱 맞다고 생각해요.” 그에게는 뜨거운 열정보다 선선한 여유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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