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한인회-이집트한인회
십시일반 도움 손길 모아
113명, 4일(현지시간) 무사 도착
한인 교민들이 4일(현지시간)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했다. 이강근 목사 제공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경보가 이어지는 이스라엘에서 한인들이 국경을 넘어 이집트로 무사히 피신했다. 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출발한 한인 113명은 약 18시간의 육로 이동 끝에 4일 새벽 1시45분 이집트 카이로에 도착했다. 환자와 어린아이까지 포함된 긴박한 피란길이었다. 불안과 피로가 쌓인 시간 속에서도 교민사회는 서로 연락망을 유지하며 자신의 집을 내어주는 등 이웃 사랑을 실천했다.
이스라엘한인회장 이강근 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마지막에 성지순례 중이던 선교사팀과 동남아 선교사들로 구성된 팀이 합류하면서 인원이 113명으로 확정됐다”며 “직전에 못 가겠다고 한 분도 있고, 뒤늦게 소식을 듣고 합류한 분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인들은 버스 3대에 나눠 타고 육로를 통해 카이로로 이동했다.
대피 인원에는 암 환자 등 건강이 좋지 않은 이들도 포함돼 있었다. 단기 체류자뿐 아니라 장기 거주자까지 이동을 결정할 만큼 상황이 급박하다는 게 이 목사의 설명이다. 그는 “지금도 한 시간마다 미사일 경보 사이렌이 울리고 있다”며 “체류 중 어머님이 돌아가셨는데도 출국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경 이동 역시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이 목사는 “이집트 측이 보안을 강화해 국경 통과 과정에서 대대적인 검사가 이뤄졌다”며 “모두가 버스에서 내려 짐 검사를 받는 등 절차가 길어지면서 이동 시간이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카이로에 도착한 교민들의 숙소는 현지 한인사회와 교회들의 도움으로 대부분 마련됐다. 전체 113명 가운데 69명은 카이로 한인 가정에서 홈스테이 형태로 머물게 됐고, 나머지 인원은 도착지 인근 호텔을 예약해 머물 예정이다. 특히 피난 차량이 카이로로 이동하는 동안 추가로 홈스테이 가정이 섭외되면서 숙소가 최종 확보됐다. 당초 이집트 한인회에 접수된 홈스테이 지원은 37명 수준이었으나 이동 과정에서 지원 가정이 늘어나 69명 전원의 숙소가 마련됐다.
카이로 한인 가정들은 새벽 2시 무렵 도착한 교민들을 직접 현장으로 나가 차량에 태워 집으로 안내하는 등 도움을 제공했다. 일부 가정은 이틀 동안 아침과 저녁 식사까지 제공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응석 이집트한인회 부회장은 “집행부 논의를 통해 홈스테이 가능 인원을 계속 파악했고, 교민들이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숙소가 마련됐다”며 “단기 체류 뒤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분들도 있어 항공편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테헤란과 주요 군사시설을 공습하면서 본격화됐다. 이란은 즉각 보복을 선언했고, 양측은 사실상 군사적 대치 국면에 들어갔다.
이 목사는 “몸은 지쳐 있지만 세계 곳곳 한인 동포들의 도움과 연대에 큰 힘을 얻고 있다”며 “현지에 남아 있는 교민들도 많다. 한국교회가 이들을 위해 계속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현재까지 공식 접수된 교민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