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호·공동체 유지 다 신경써야”
한국위기관리재단 프로그램 마련
트라우마 극복 등 훈련 진행 예정
이스라엘 체류 한인들이 최근 전쟁의 포화를 피해 이집트 카이로로 피란한 뒤 빅토리아 광장 인근에 도착해 주이집트한국대사관이 마련한 도시락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의 화약고가 다시 요동치면서 현지 한인 선교사들의 안전 문제와 함께 선교사 위기관리 시스템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가 최근 바레인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등 중동 7개국 일부 지역에 대해 여행경보 3단계 ‘철수 권고’를 발령한 가운데 중동 일대에서는 우리 국민 수십 명이 국경을 넘는 긴박한 대피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해당 지역은 한국교회가 파송한 선교사들이 활동하는 곳이기도 하다.
선교계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위기 대응에 나서는 분위기다. 한국위기관리재단(대표 조동업) 산하 한국위기관리연구원장인 이영 선교사(GMP)는 1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선교 현장의 현실적 고민을 설명했다. 이 선교사는 “대부분의 선교단체는 선교사의 생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철수를 권고하지만, 일부 단체는 사명을 우선하는 철학을 갖고 있다”며 “선교단체의 권고에도 떠나지 않는 선교사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사태가 악화해도 현지 공동체와의 신뢰 때문에 자리를 뜨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게 이 선교사의 분석이다. 그는 “선교사에게 현지 성도는 목숨과 바꿀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도 사역지를 떠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위기 정보 분석 연구원인 송영광 HOPE 선교사는 “지금 필요한 것은 뜨거운 선교 열심이 아니라 더 정확한 현실 인식과 대비”라며 “무모함이 신앙의 이름으로 포장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 선교사는 “사람을 보호하고 현지 공동체를 지키는 방식으로 선교 구조를 재정비해야 지속 가능한 선교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교회는 이미 2000년대 초부터 선교사 위기관리에 대한 제도적 대응을 모색해 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는 2004년 선교사 위기관리지침을 마련해 전쟁과 폭동, 납치와 테러, 비자 문제, 사고와 질병 등 선교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 상황에 대한 대응 원칙을 정리했다.
최근에는 위기 대응 체계를 현대 환경에 맞게 보완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2013년 초판을 발간한 ‘선교사 위기관리 표준정책 및 지침서’를 지난해 개정해 전자책 형태로 보급했다. 팬데믹과 전쟁, 자연재해 등 최근 분쟁 사례와 디지털 보안 수칙을 반영한 것이 특징이다.
현장 대응 훈련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위기관리재단은 오는 5월 31일부터 제2회 위기대응훈련(CRT) 워크숍을 열고 선교사들을 대상으로 위기 대응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철수 결정 기준과 트라우마 응급처치 등 실제 선교 현장에서 필요한 대응 기술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이 선교사는 위기관리의 핵심으로 시스템을 언급했다. 그는 “선교사 위기는 테러와 질병, 사고 등 100가지가 넘는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며 “선교단체가 명확한 대응 체계를 갖추고 그 안에서 움직여야 선교사의 안전이 비로소 확보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