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강덕현 교수, ‘대동맥판막협착증, 조기 수술 장기 효과’ NEJM에 발표
“증상 없는 기간에도 판막 협착 악화…진단 받았다면조기 수술해야”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 아산병원 제공
고령의 대표적 심장질환인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증상이 없어도 2개월 이내에 조기 수술하는 효과가 10년 넘게 장기간 지속된다는 사실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입증됐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팀의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의학 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NEJM) 25일자에 공개됐다.
강 교수는 2012년 심내막염 연구, 2019년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조기 수술의 안전성 연구로 NEJM에 논문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 세 번째로 게재되는 쾌거를 올렸다.
NEJM의 피인용 지수(IF)는 78.5로 네이처(48.5), 사이언스(45.8) 보다 높고 전 세계 치료 지침에 큰 영향을 주는 최고 권위의 의학 논문 학술지다.
이번 연구는 또 최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연례 미국심장학회에서 ‘세계적인 임상 연구(Late Breaking Clinical Trial)’로 선정돼 전 세계 심장 전문의들의 주목을 받았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의 대동맥 판막이 노화에 의해 석회화(딱딱하게 굳음)되면서 판막이 제대로 열리지 못하는 질환이다. 고령 인구가 늘면서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주된 증상은 호흡 곤란, 흉통, 실신이다. 하지만 해당 환자 3명 중 1명은 아무런 증상이 없어 심장초음파 등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증상이 없다가도 급사할 위험이 있어 진단이 꼭 필요하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표준 치료법은 손상된 판막을 인공 판막(기계 혹은 조직)으로 교체하는 ‘대동맥판막치환술’이다. 이때 중증이지만 무증상 대동맥판막협착증의 경우, 최적의 수술 시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전 세계 심장학계에서 오랜 논쟁이 이어져 왔다. 대동맥판막치환술의 합병증 위험을 우려해 주의깊게 관찰만 하다가, 증상이 나타나면 수술을 시행하는 보존적인 진료 방침을 권고했었다.
하지만 2019년 강 교수가 발표한 ‘증상 없어도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조기에 수술하는 것이 심혈관 사망률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는 연구가 NEJM에 게재됐고 2025년 해외 연구진이 발표한 경피적 대동맥판막치환술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에서 조기 시술의 안전성과 효과가 확인됐다.
이에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증상이 없어도 진단 후 2개월 내에 조기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시행하는 것이 전 세계 진료 지침에 포함됐다. 하지만 수술한 인공판막의 장기적인 내구성 한계 및 항응고제 장기 복용으로 인한 합병증 위험으로 조기 수술의 사망 감소 효과가 1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될 지는 불명확했다.
이에 강 교수팀은 2010년 7월~ 2015년 4월 판막 입구가 0.75㎠ 이하로 좁아진 무증상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 145명을, 조기에 수술받은 73명과 보존적 치료를 받은 72명으로 구분해 10년 이상 추적 관찰했다.
조기 수술군 환자들은 진단 후 2개월 내에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받았으며 보존적 치료군 환자들은 관찰 기간 중 증상이 나타나면 대동맥판막치환술을 시행했다.
평균 12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수술 또는 심혈관 사망 발생률이 보존적 치료군이 24%인데 반해, 조기 수술군에서는 3%로 8배 차이 났다. 모든 원인에 의한 전체 사망률도 보존적 치료군에서 32%, 조기 수술군에서 15% 발생해 절반 가량 감소했다.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도 보존적 치료군에서 19% 발생한 것에 반해 조기 수술군에서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또한 10년 경과 시 수술 또는 심혈관 사망 발생률 역시 보존적 치료군에서 19%인데 반해 조기 수술군에서는 1%로 월등하게 낮았다. 특히 보존적 치료군 환자들 중 5년 경과 시 74%, 10년 경과 시 97%가 대동맥판막치환술을 받거나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를 조기에 수술해도 인공 판막 기능 부전 및 항응고제 사용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낮아 결과적으로 조기 수술의 사망 감소 효과가 10년 이상 지속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강덕현 교수는 26일 “중증 대동맥판막 환자들은 증상이 없는 기간에도 판막 협착이 악화되면서 심장이 손상돼 급사 위험이 증가하고, 증상이 발생하면 판막치환술을 시행해도 손상된 심장이 회복되지 않아 심혈관 사망 위험이 지속될 수 있다”면서 “증상이 없어도 심장초음파 검사에서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진단받았다면 전문의의 권고대로 조기에 치료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은 최근까지 총 10편의 논문을 NEJM에 게재했다. 단일 기관에서 NEJM에 10편의 논문을 게재한 것은 국내 최다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