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원짜리 동전 발행액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카드와 간편결제가 일상이 되면서 동전이 생활 속에서 빠르게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원 동전은 한 개를 만드는 데 액면가의 3~4배에 이르는 비용이 드는데도, 가격표와 거스름돈 체계 때문에 없애지도 못하는 ‘계륵’이 됐다.
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에 따르면 지난해 10원짜리 동전 발행액은 4억4300만원으로, 관련 통계가 남아있는 2013년 이후 가장 적었다. 4430만개를 발행한 셈이다. 2013년 35억원에 달했던 10원 주화 발행액은 2020년 12억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2023년 5억8700만원, 2024년 4억8800만원으로 줄어든 데 이어 지난해 또다시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배경은 분명하다. 현금을 쓰는 사람이 줄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모바일 결제가 빠르게 보편화되면서 소액 거래에서도 현금은 점점 밀려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현금(동전·지폐) 결제 비율은 2014년 37.7%에서 2024년 15.9%로 떨어졌다. 10년 만에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예전에는 계산대에서 자연스럽게 돌고 돌던 동전이 이제는 서랍이나 저금통, 차량 수납함에 머무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동전이 ‘쓰는 돈’이 아니라 ‘쌓아두는 돈’이 돼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10원짜리 동전의 쓰임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원짜리 동전은 약 4430만개가 발행되고 3610만개가 환수돼 결과적으로 약 820만개가 시중에 더 남았다. 동전 사용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10원짜리는 여전히 유통 현장에서 일정한 수요가 있다는 의미다.
대형마트나 전통시장 등에서 990원, 1990원처럼 끝자리가 10원 단위인 가격표가 여전히 쓰이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은행은 새 동전을 찍어내는 대신 기존 동전을 다시 돌려 쓰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시중 유통을 위한 동전 신규 주문을 전혀 하지 않았다.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모두 새 동전을 만들지 않은 것은 사상 처음이다. 대신 시중에서 회수한 동전을 다시 유통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동전 수요 자체가 예전보다 줄어든 데다, 새로 만드는 비용 부담이 워낙 커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쓰임은 줄어드는데 제조 비용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10원짜리 동전은 액면가가 10원이지만, 실제 제조에는 30~40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액면가의 3~4배다. 경제성만 따지면 이미 오래전부터 비효율 화폐인 셈이다. 덜 만들고는 있지만, 만들어도 남는 장사가 아닌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10원짜리는 쉽게 없애지 못한다. 가장 큰 이유는 가격 체계 때문이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전통시장에는 여전히 990원, 1990원, 2990원처럼 끝자리가 10원 단위인 가격표가 적지 않다. 카드나 간편결제로는 크게 체감되지 않지만 현금 결제에서는 결국 10원 단위 거스름돈이 필요하다. 10원짜리가 사라지면 가격을 100원 단위로 반올림하거나 절사하는 별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물가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를 들어 2990원이 3000원이 되고, 1980원이 2000원이 되는 식의 가격 조정이 반복되면 소비자 부담은 조금씩 커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작은 동전 하나를 없애는 문제가 아니라 가격 체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라는 뜻이다.
현금 사용자의 선택권도 무시하기 어렵다. 디지털 결제가 익숙한 소비자에게 10원은 사실상 무용지물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고령층이나 일부 취약계층, 소규모 상권에서는 여전히 현금이 중요한 결제수단이다. 공공요금, 주차비, 동네 상점처럼 소액 단위 계산이 남아 있는 곳에서는 10원짜리가 완전히 쓸모를 잃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10원화는 사용처가 많지는 않지만 마트 등에서는 여전히 잔돈 거래용으로 쓰이고 있다”며 “당분간은 활용 가능성이 남아 있어 완전히 사용되지 않는 단계까지 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