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홍근 장관 “중동 사태 장기화 시 재정 여력 봐가며 판단”
홍익표 수석 “하반기 추가 추경 전망도”
1차 추경안 당시 “섣부르다”던 정부 입장과 배치
1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전에
예산 당국 수장과 청와대가 2차 추경 편성 가능성을 열어뒀다. 추경안 제출 직전까지 ‘추가 추경은 없다’고 못 박았던 정부 기조가 약 열흘 만에 뒤집힌 것이다. 미국·이란 전쟁 장기화를 전제한 발언이지만, 정부와 청와대 간 시각차가 드러난 데다 국회 문턱을 넘기도 전에 추가 재원 투입 여지를 남기면서 정책 신뢰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쟁) 장기화로 원윳값이 예상치를 상회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2차 추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누구도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정말 장기화하고 심대한 타격이 더 추가로 있을 경우에는 재정 여력을 봐가면서 판단할 수는 있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하루 전 청와대에서도 유사한 메시지가 나왔다. 홍익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지난 5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에서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이번 추경 이후에도 하반기에 추가적인 추경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1차 추경안을 발표한 지 9일 만에 청와대에서 추가 추경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가용한 초과 세수가 넉넉하다는 판단이 이 같은 추가 추경 언급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는 법인세(14조8000억원), 증권거래세(5조2000억원) 등에서 당초
예산안보다
25조2000억원의 세수가 더 걷힐 것으로 보고 1차 추경안을 편성했다. 이는 보수적 전망치로, 정부 내부에서는 법인세·증권거래세·근로소득세뿐만 아니라 보유세·거래세 등 연말 부동산 세수 역시 적잖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1차 추경 발표 당시 추가 추경 가능성에 선을 그었던 정부 기조와 배치된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정부 간 입장 차가 감지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용범 기획처 예산실장은 지난달 27일 추가 추경 관련 질의에 “추경안을 국회에 내지도 않은 시점에 2차 추경을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무진 사이에서는 신중론이 여전하다. 기획처 관계자는 “일단 1차 추경을 해봐야 하는 것 아니겠냐”며 “청와대 (추가 추경) 발언은 중동 사태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한 차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도 “(2차 추경과 관련해) 사전 소통된 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추가 추경이 정책 신뢰도를 해친다고 지적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을 논할 때도 아닐뿐더러 정책 신뢰도를 저해할 수 있다”며 “향후 반도체 호황 종료 등 세수 감소 상황에 대비해 재정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추가 추경 시 물가 부담도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