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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출협 ‘빽빽한 지혜의 숲 가꾸기’… 독서로 영적 황무지 되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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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 페이지가 1㎞… ‘독서 마라톤’으로 달라진 교회

“책이 말씀으로 가는 징검다리” 20년 멘토링이 증명한 독서의 힘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에는 거친 바람만 휘몰아치던 프랑스 프로방스의 황무지를 울창한 숲으로 바꾼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가 등장한다. 그는 세상이 전쟁으로 소란할 때도 묵묵히 매일 100알의 도토리를 골라 땅에 심었다. 수십 년 뒤 말라붙었던 개울에는 물이 흐르고 새들이 돌아왔으며 절망에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모여 마을을 이뤘다. 한 노인의 정직한 헌신이 죽어있던 대지에 생명의 숨을 불어넣은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라는 영적 토양은 어떠한가.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 자극적인 영상 매체가 성도들의 일상을 점유하면서 깊은 사유는 얕아졌고, 기독교 출판계는 ‘영적 황무지’라 불릴 만큼 척박해졌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 한국기독교출판협회(기출협·회장 박종태)가 추진하는 동반성장 프로젝트 ‘빽빽한 지혜의 숲 가꾸기’ 캠페인은 엘제아르 부피에가 심었던 도토리처럼, 독서 운동을 통해 한국교회의 생태계를 재건하려는 여정이다.

일산동안교회 제공

이미 현장에서는 책을 통해 공동체의 체질을 바꾼 사례들이 포착된다. 경기도 고양 일산동안교회(박재현 목사)는 ‘독서 마라톤’으로 성도들의 영적 근육을 단련해 왔다. 책 한 페이지를 1㎞로 환산해 구간별 스탬프를 찍으며 완주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예수님의 광야’를 주제로 2800km 코스를 설계해 150명 참여자 중 100명이 완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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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바울의 전도 여행’을 주제로 4400㎞ 대장정을 진행 중이다. 바울 관련 서적은 거리를 2배로 인정해 성도들이 시대적 배경을 깊이 공부하도록 유도한다. 성과도 뚜렷하다. 교회 도서관 이용자가 눈에 띄게 늘었고, 성도들이 서로 좋은 책을 추천하는 문화가 자생적으로 생겨났다. 교회 김민호 집사는 “선교 여정을 입체적으로 이해한 성도들이 설교를 더 깊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독서가 관계의 변화를 이끄는 사례도 있다. 기출협 부회장 조애신 토기장이 대표는 20여년간 온누리교회 청년부에서 멘토링하며 책을 가장 강력한 도구로 활용해 왔다. 현재 경기도 성남 1516교회(이상준 목사) 4050청년부에서 멘토 사역을 이어가는 그의 가방에는 늘 책 한 권이 들어 있다.

조애신 토기장이 대표. 장진현 포토그래퍼

조 대표는 “진로, 배우자, 하나님과의 친밀함 등 청년들의 고민은 한두 시간 대화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기도하면서 청년에게 맞는 책을 고르고 건네준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 매체에 익숙한 세대라 할지라도 진지한 대화 끝에 건네진 책 한 권은 예외 없이 삶에 유의미한 변화를 불러왔다”고 했다. 올해 초에는 교회 순장들을 대상으로 책 ‘죽음에 이르게 하는 7가지 죄’를 교재로 영성 훈련을 진행했다. 그는 “책이 내면을 직시하게 하고, 성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성경으로 돌아가게 된다. 책은 말씀으로 향하는 징검다리”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현장의 경험들을 전국 교회로 확산하겠다는 기획이 바로 기출협의 ‘지혜의 숲’ 캠페인이다. 1975년 출범해 창립 51주년 역사를 맞은 기출협이 기획한 캠페인은 ‘교회의 침체와 출판계의 쇠퇴는 하나의 뿌리’라는 위기의식에서 출발했다. 초기 한국교회 선교 역사 속 ‘권서인’의 정신을 현대적으로 복원하겠다는 것이 본질적 동기다.

장진현 포토그래퍼

최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기출협 임원들을 만나 캠페인 취지를 들었다. 기출협 유통분과 상무이사인 최규식 아바서원 대표는 “슬럼프에 빠진 선수가 기본으로 돌아가듯 한국 기독교 출판의 DNA인 권서인 정신으로 돌아가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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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는 단순하다. 100개 교회가 각 100만 원씩 후원해 1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기독 출판 생태계 회복과 문서선교 활성화에 쓴다. 기금은 전국 단위 기독교 도서전 개최, 신진 저자 발굴 및 출판 지원, 미자립 교회 도서 비치 및 독서 나눔 인도자 파송 등에 투입된다. 조 대표는 “단순히 책을 기증하는 것이 아니라 독서 나눔을 이끌 전문 인도자를 직접 파송해 교회 안에 자생적인 독서 문화가 뿌리내리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출범까지는 2년여의 준비가 있었다. 세 사람은 지난 사순절 동안 매일 밤 10시 기도문을 올리는 21일 기도회를 함께했고, 기도회 마지막 날은 부활절이었다. 조 대표는 “기도하며 우리 자신을 돌아볼수록 교회와 출판사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확신이 더 깊어졌다”고 돌아봤다.

박종태 기출협 회장. 장진현 포토그래퍼

박종태 기출협 회장은 최근 서울국제불교박람회를 다녀온 소감을 전하며 “올해 관람객이 25만여명이었는데 주류가 20·30세대였다. 다음세대는 불교 박람회 현장에 있었다. 우리 기독교는 자원이 훨씬 크지만 연합이 안 되고 있다. 이 작은 몸부림이 교계를 울리는 울림통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최규식 아바서원 대표. 장진현 포토그래퍼

국내 기독교 출판사는 약 200개, 기출협 회원사는 130여 개로 연간 3000여종의 책이 출간된다. 이 방대한 콘텐츠가 교회 현장과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세 사람의 공통된 진단이다. 최 상무이사는 “출판계가 받은 것과 가진 것이 매우 많다. 없는 것만 볼 게 아니라 가진 것을 먼저 나누는 헌신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성도들의 신앙이 성숙해지면 교회가 부흥하고, 교회가 부흥하면 출판계도 살아난다. 이것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태백 검룡소에서 시작된 작은 물줄기가 굽이굽이 흘러 도도한 한강을 이루듯, 이번 캠페인이 그런 발원점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처음에는 미약하겠지만 이 몸부림이 계속 이어져 한국교회가 성숙과 부흥의 시대로 나아가는 마중물이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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