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 이슈테이블 〈여대 시위를 다시, 생각한다〉
2026년 3월 25일,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 주최로 이슈 테이블 “여대 시위를 다시, 생각한다 - 혐오를 쌓는 플랫폼, 민주주의를 깨우는 저항”이 열렸다. ©일다
2024년 11월, 동덕여대에선 공학 전환을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서울여대와 성신여대에서도 각각 학내 성폭력 대응절차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와 국제학부 남학생 입학을 반대하는 시위가 전개됐다. 그런데 이들 시위는 언론과 온라인 공간 그리고 극우 성향 정치인의 발화에 의해 낙인 찍혀 ‘폭력적인 래디컬 페미니스트의 난동’으로 규정되며, 혐오의 대상이 됐다.
3월 25일,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는 “여대 시위를 다시, 생각한다 -혐오를 쌓는 플랫폼, 민주주의를 깨우는 저항”이라는 주제로 이슈 테이블을 열었다.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 이영희 공동소장이 사회를, 김신현경 서울여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으며, 유현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위원,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 이영희 이화여대 박사과정 연구자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슈 테이블 참여자들은 여대 시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며, 이것이 단순한 ‘젠더 갈등’이 아니라, ‘학내 민주주의’ 문제이자 젠더화된 대학 구조의 문제임을 지적했다. 또 학생들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된 것은 이윤을 위해 혐오를 조장하는 ‘플랫폼 자본주의’와 언론의 문제임을 드러냈다.
혐오를 돈으로…플랫폼 자본주의에 탑승한 방송사들
김신현경 서울여대 학부대학 교수는 여대생들의 저항이 온라인 공간에서 어떻게 ‘비체화’(abjection, 사회적 규범이나 경계 내에서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혐오스럽거나 쓸모 없는 것으로 간주되어 배제되는 과정) 되었는지를 낱낱이 분석했다. 특히 그러한 과정이 플랫폼에 의한 창출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김 교수는 유튜브에서 동덕여대 관련 조회수 상위 20개 영상을 분석한 결과, “개인 유튜버뿐만 아니라 제도권 언론이 무려 12개를 차지하며, 혐오 콘텐츠 생산을 주도하고 있음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JTBC, KNN, SBS 등의 방송사 채널은 “50억 누가 낼래”, “래커칠 범벅 1년째”, “의리의 동덕, 대반전... 학우끼리 폭탄 돌리기 시작”과 같은 자극적인 제목과 썸네일로 영상을 유통했다.
“일반적으로 혐오 콘텐츠는 개인 유튜버의 전유물로 여겨진다. 제도권 언론은 방송법상 공정성 의무와 인권 보호 규정의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방송법 제5조는 ‘방송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민주적 기본질서를 존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동덕여대 사례에서 제도권 언론은 이 규정을 망각했다.”
김신현경 교수는 “상위 20개 영상의 총 조회수는 1,600만 회를 넘는다. 유튜브 광고을 보수적으로 잡아 계산하더라도 최소 5천만 원 이상 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한다”고 설명하며, “여성들의 저항을 조롱거리로 만들어 이윤을 창출하는 플랫폼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그 여파가 크고 심각했다. 김 교수가 알고리즘 실험을 해봤을 때, “JTBC News의 ‘50억 누가 낼래, 래커칠 범벅 1년째’를 시청하자, 세 번째 추천 영상으로 ‘동덕여대 또 한번 레전드 갱신한 최신 근황 3편이 등장”했다. 이후 추천 영상들은 점입가경이었다.
김신현경 서울여대 교수의 발표 자료 중 “검색어 ‘동덕여대’ 조회수 상위 20개 유튜브 동영상 표”
“쇼츠의 추천 흐름을 순서대로 나열하면 이러하다. ‘한때 래커칠 했던 동덕여대 학생들의 근황?’으로 시작해, ‘윤석열 아직도 존경하냐 물었더니 소름돋는 대답’으로, 그리고 ‘전장연 시위에 폭발한 서울시민 근황’, ‘무임승차를 참교육하는 역무원’, ‘동덕여대 출신을 직원으로 뽑으시겠습니까?’, ‘상대를 잘못 고른 동물권리운동가’로 이어졌다. 약 3분 동안 장애인 혐오, 빈곤층·노년층 혐오, 여성혐오로 계속 연결되며 혐오의 연쇄에 자동으로 편입됐다.”
김 교수는 “이것은 알고리즘의 오작동이 아니라 설계된 결과”라는 것을 강조했다.
언론사 디지털 부서의 ‘짜깁기 보도’, ‘따옴표 저널리즘’ 문제 드러나
박정훈 오마이뉴스 기자는 동덕여대 혐오 프레임이 확산된 구조적 원인을 언론사 내부의 문제에서 찾았다.
“남초 커뮤니티의 근거 없는 혐오 프레임이 언론을 통해 무비판적으로 수용되면서, 시위의 본질인 ‘해방 공간으로서의 여대 수호’라는 메시지는 지워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언론사 디지털 콘텐츠 부서의 관행인 ‘짜깁기 보도’와 ‘따옴표 저널리즘’을 강하게 비판했다. “디지털 콘텐츠 팀은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현장취재 없이 기존 보도 화면을 재가공하거나, 이준석 의원과 같은 정치인의 혐오성 발언을 무비판적으로 인용하며 사태를 조롱거리로 전락시켰다”는 것.
이러한 일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선 “언론사 내 디지털 부서의 윤리교육 부재”와 “데스킹(게이트키핑) 기능의 상실 때문”이라고 짚었다.
박정훈 기자는 “조회수만 따오면 된다는 인식이 생겨나기 쉬운 구조와 언론사 내에도 만연한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 분위기가 겹쳐지면서, 언론이 젠더 이슈를 유희로 소비하고 혐오 확산에 앞장서게 되었다”고 고발했다.
온라인과 현실은 달라,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의 연대 선언
여대 시위가 온라인에서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 되는 동안, 실제로 일어난 일들은 어땠는가?
동덕여대는 창립 55주년을 맞이한 중앙자치언론 『목화』의 교지비 예산을 없애버리는 방식으로도 학생들의 목소리를 막았다. 학생들은 소셜 펀딩을 통해 교지를 발간하며 계속 목소리를 내려 하고 있다. 동덕여대 교지편집위원회 〈목화〉에 따르면, 55집 교지가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텀블벅 펀딩을 통해 무사히 발행되었지만, 대학 측이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며 배포를 방해하고 있는 상황이다. (참고: 동덕여자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목화 X 계정)
김신현경 교수는 본인이 재직 중인 서울여대의 사례를 들며, “학생들이 남긴 래커칠과 포스트잇이 폭력이 아닌 학내 민주주의를 향한 ‘대화의 시도’이자 ‘물질적 저항’이었음”을 강조했다. 더불어 이 공간에서 이뤄진 연대의 장면을 중요하게 짚었다.
“시위가 시작된 지 5개월이 지난 2025년 4월 9일, 예상치 못한 목소리가 등장했다. ‘서울여대 청소노동자들은 서울여대 학생들과 함께하겠습니다.’라는 선언이었다. 학교 측이 청소노동자들에게 래커 문구를 지우라고 했을 때, 그들은 지시를 거부하고 연대를 선택했다.”
김신현경 교수는 이 연대가 지속되었다고 설명했다. 래커 시위가 마무리된 이후 청소노동자들이 용역업체와의 재계약 거부 투쟁을 전개했고, 이때 학생들이 연대 서명에 동참했다. “결국 대학 본부는 해당 용역업체와 재계약을 맺지 않고, 청소노동자들이 원하는 업체와 재계약을 맺었다. 래커 시위에서 시작된 연애가 실질적인 노동 조건의 변화로 이어진 것이다.”
김 교수는 이 장면을 통해 “여대 컴퍼스는 단일 정체성의 공간이 아니라, 학생과 청소노동자가 교차하며 민주주의를 함께 실천하는 장소임을 보여준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동덕여대 ‘래커칠’보다 중요한 사학비리,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
동덕여대 시위 또한 래커칠이라는 ‘과격함’이 화면에 주로 비춰졌지만, 정작 시위가 이렇게 된 이유나 학생들이 처한 현실은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이영희, 송하윤, 전유나 세 연구자는 동덕여대 시위의 전개 과정을 면밀히 추적하고 참여자들을 인터뷰해왔다. 이영희 연구자가 연구를 통해 밝힌 점들을 보고했다.
학생들은 2024년 11월 7일, 학교가 남녀공학 전환을 논의하고 안건으로 상정할 예정이라는 사실이 학내에 알려지자 직접행동을 시작했다. 피켓 시위와 과잠(학과 점퍼), 근조 화환 시위 등을 진행하며 11월 11일 처장단과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학교 측은 불참했다. 이 연구자는 “학교의 소통 거부는 학생들이 우발적으로 본관을 점거하고 본격적인 농성을 시작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동덕여대는 오래 전부터 사학비리 문제와 학내 민주주의 이슈가 제기되어 온 곳이다.(참고: 윤석열 퇴진 광장의 목소리를 넓히는 사람들 https://ildaro.com/10101
) 최근에도 학교 측이 학생들의 대자보를 떼는 등 학생 행동을 탄압해 온 상황이었다고 한다. 이영희 연구자는 “이처럼 학교를 향해 불신이 누적된 상태에서, 대자보 부착을 방해받은 학생들이 우연히 래커를 발견해 칠하게 된 것이 래커 시위의 발단이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래커 시위가 아니다. 이 연구자는 “이 일은 대학의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했다. “시위의 근본적인 배경에는 돈이 필요한 대학의 구조조정 맥락이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
이영희 연구자는 “학교 측이 연구 용역을 통해 ‘신자유주의 경쟁 사회에서 여성의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남성과 함께 있는 공간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시장논리를 내세워, 공학 전환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추천 기사: 단지 또 하나의 공학이 탄생하는 게 무슨 의미인가? https://ildaro.com/10066)
대학이 시위 학생들을 고소하고 검찰이 불구속 기소를 한 것에 대해, 동덕여대 학생들이 규탄 기자회견에 이어 ‘민주없는 민주동덕’ 4차 집회를 예고했다. (출처: 동덕여대 공학전환 공론화 X 계정)
“동덕여대 시위는 단순히 공학 전환이라는 단일 사안에 대한 반발을 넘어, 재정 확보와 시장논리를 앞세워 구성원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대학 본부에 맞서 ‘학내 민주주의’를 요구한 투쟁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분석이다.
학생들은 ‘학내 민주주의’ 요구하며 탄핵 광장과 만났다
이영희 연구자는 “학교 측이 의도적으로 언론에 정보를 흘리는 등의 전략적이고 억압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을 탄압하며, 시위를 외부세력과 극단적 페미니스트들의 소행으로 프레이밍”했기에 학생들이 교내에 고립되어버렸지만, “12월 ‘비상계엄’ 정국을 거치며 변곡점을 맞이한 부분”도 중요하게 짚었다.
“탄핵 광장으로 나간 학생들은 대학 측의 폭력과 국가폭력을 연결 지어 사유하게 되었고, 시민사회 단체들과 연대하며 학내 민주주의 의제를 확장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여대 시위를 다시, 생각한다 - 혐오를 쌓는 플랫폼, 민주주의를 깨우는 저항〉 이슈 테이블 참여자들은 여대 시위가 “구성원의 목소리를 배제한 채 시장논리만 좇는 대학본부에 대한 저항”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또한 “약자의 외침을 자극적인 썸네일로 포장해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무책임한 언론과 플랫폼 자본주의”를 고발하고 있다고 평했다.
더불어 “능력주의에 잠식되어 공동체성을 잃어버린 대학 조직 안에서 학내 민주주의는 어떻게 복원될 수 있는지”, 그리고 “혐오와 조롱으로 얼룩진 알고리즘의 시대에 우리는 연대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질문하는 중요한 장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유현미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연구위원은 “취업과 성적 위주의 ‘능력주의’가 대학을 휩쓸면서 공동체성과 소속감이 크게 약화”되었고, “‘여성도 능력에 따라 성공할 수 있다’는 착시 속에서 페미니즘 지식과 실천은 주변화되었다”고 분석하며, “페미니즘이 어떠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과 함께 대학이 어떠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슈 테이블이 열린 25일, 서울북부지검은 동덕여대 공학 전환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학생 11명을 업무방해, 공동퇴거불응, 공동감금, 재물손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학생들 또한 다시 한번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여대 시위는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