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중국의 스마트양로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스마트양로란 디지털·IT 기술, AI(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해 노인 돌봄의 효율성을 높이는 양로 서비스를 말한다. 중상산업연구원에 의하면 2025년 중국 스마트 양로 시장 규모는 약 8조 5000억 위안(1632조 원), 중국 GDP의 6.2%다. 2020년 1조 6000억 위안 규모였던 시장이 5년 만에 5배 이상으로 급성장한 셈이다. 이는 중국 인공지능(AI), 전기차산업의 초기 성장을 방불케 하는 폭발적 수치다.
왜 이렇게 급성장세인가. 전문가들은 첫째, 수요와 공급의 붕괴를 꼽는다. 60세 이상 고령 인구는 3억 이상으로 폭증했지만, 돌봄 서비스의 공급은 붕괴 상태다. 과거 한 자녀 정책으로 굳어진 '4-2-1' 가족 구조와 청년층의 도시 이주가 맞물리며 가족 돌봄은 불가능해진 데다, 이를 대체할 전문 양로 간병인도 열악한 여건 탓에 30여 만 명으로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둘째, 강력한 정책 지원이다. 중국 정부는 양로산업을 돌봄의 복지 서비스가 아니라, 미·중 기술패권 전쟁 속에서 중국의 AI 기술을 육성하고 내수를 부양할 소위 신품질생산력의 핵심 동력으로 설정했다. 구체적으론 '실버경제 26개 조치'로 AI, 빅데이터, 베이더우 위성 항법 등과 양로 산업의 융합을 도모한다든지, 'AI+ 이니셔티브'로 스마트 양로를 스마트시티의 핵심으로 격상시켜 대규모 민간 자본 유입을 이끌어내고 있다.
셋째, 고령층 인식 변화와 경제력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의 60대 이상은 과거의 희생적 부모 세대와 다르다. 게다가 중국 가계 자산의 70~80%를 보유했기 때문에, 자신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만 1억 6천만 명여서 디지털 친숙도가 높아, 기술 수용에도 거부감이 적다. 90%가 재택 양로를 선택하는 상황에서 돌봄 인력 부족이 맞물리며,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기기나 AI 반려 로봇을 '디지털·AI 효자'로 받아들이고 있단 얘기다.
어떤 부문이 활발한가. 가장 빨리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는 부문은 IoT 기반 스마트 거주 환경이다. 중국 정부가 스마트시티를 추진하고 있는 데다, 대부분 노인이 재택 양로를 원해서 거주의 스마트화 수요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대표 기업으론 진청스광을 운영하고 있는 BOE , 베이더우위성과 연결하여 노인의 실시간 위치를 제공하는 중국통신이 대표적이다. 다음은 온라인 교육과 비대면 진료 플랫폼이다. 별도의 고가 장비 없이 보유한 스마트폰(1억6000만 명의 고령층)만으로 이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짧은 영상과 비대면 진료의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다는 평가다. 예컨대 틱톡의 숏폼 영상을 통해 시력이 약한 노인들이 건강 지식을 습득한 다음, 평안굿닥터의 비대면 진료를 받는 게 대도시에선 일상이 됐다고 한다. 양로 로봇도 활발하다. 건강 측정은 물론, 정서 관리, 보행 보조를 수행하는 로봇 개와 돌봄 로봇이 중국 고령층을 파고들고 있다. '크루즈'로 유명한 유비테크 , 배변 관리 로봇을 개발한 선전 주웨이가 대표적이다.
중국 스마트양로산업은 정부 정책에다 AI 경쟁력까지 가세해서, 2030년엔 10조 위안(2100조 원)에 달할 거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수동적 복지가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육성 정책으로 접근하기를 기대한다.
정유신 서강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