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분당 담합수사 성과, 물가 긍정적 영향
"전문성 요하는 사건엔 조직 경험이 중요"
서울시내 한 마트에 진열된 설탕의 모습. /사진=뉴스1
오는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검찰 내부 분위기가 어수선한 가운데 시장의 공정거래를 저해하는 기업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가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
2일 검찰 등에 따르면 공조부는 최근 전분당 가격을 담합한 의혹을 받는 CJ제일제당·대상·삼양·사조CPK 등 국내 식품업체들을 압수수색하면서 관련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전분당은 옥수수 등에서 추출한 전분으로 만든 물엿 등을 지칭하는 감미료다. 서민경제와 직결된 품목으로 꼽힌다.
앞서 공조부는 10조원 규모의 밀가루·설탕·한국전력 입찰 담합사건에 연루된 기업과 관련자들을 대거 재판에 넘겼다. 단순 실무선이 아니라 의사결정에 관여한 대표이사급 임직원까지 모두 기소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우선 담합 등 공정거래 수사의 난도가 비교적 높다는 점이 반영됐다.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대형 수사가 뜸해지고 구성원 사이에서 무력감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보는 요소다.
실제 공정거래 수사는 구조가 다소 독특한 편이다. 통상 공정거래위원회가 행정조사를 장기간 진행한 뒤 과징금 등의 처분을 내리면서 검찰에 고발한다. 검찰 입장에선 보완수사를 하게 되는 셈이니 여러 장애가 있을 수밖에 없다. 공소시효가 촉박한 상태로 사건을 넘겨받는 사례도 자주 발생한다. 이런 경우 검찰은 추가 압수수색·소환조사와 기소판단을 짧은 시간에 끝내야 해 부담이 커진다.
이에 검찰 안팎에서 "공정거래 사건을 제대로 마무리하려면 검찰이 선제적으로 강제수사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이번 전분당 사건 역시 검찰이 선제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경우다.
연이은 담합 수사가 물가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 담합 혐의로 기소되거나 수사대상에 오른 업체들은 잇따라 가격인하를 발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소비자용 밀가루 가격을 5.5% 내렸고 일반소비자용(B2C) 전분당 제품 가격도 최대 5% 내릴 방침이다. 사조CPK도 전분·물엿·과당 등 전분당 주요제품을 3~5% 내리겠다고 밝혔다. 대상도 최근 올리고당·물엿 전제품 가격을 일괄 5% 인하했다.
법조계 관련자들은 공정거래 사건이야말로 수사·공소유지 경험과 시장분석 역량이 함께 필요한 영역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검찰 출신의 법조인은 "공정거래 분야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은 수사·공판경험이 축적된 조직이 맡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제도변화 과정에서 수사공백이 생기면 피해는 시장과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