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성여자중고 만학도들 열정
"엄마 존경" 가족들도 웃음꽃
[3일 서울 마포구 신촌감리교회에서 열린 2026학년도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입학식에서 신입생들이 손을잡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일성여자중·고등학교는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40대에서 80대까지의 여성 만학도들이 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이다. /사진=뉴시스
"고등학교에 가다니, 감개무량하죠."
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염리동 한 교회에서 열린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입학식에서 만학도 김문자씨(87)는 이렇게 말했다. 일성여중고는 학업을 제때 마치지 못한 중장년층 여성이 교육받을 수 있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올해 최고령 입학생인 김씨는 "예전에 중학교에 입학하긴 했지만 월사금(매달 수업료)을 내지 못해 6개월만 다니다가 그만뒀다"며 "다시 입학해 기쁘다"고 말했다.
입학식은 여느 초·중·고등학교와 다르지 않게 설렘 가득한 분위기였다. 신입생들은 밝은 외투와 모자를 쓰고 입학식에 참석했다. 식전행사로 트로트 음악이 흘러나오자 학생들은 흥얼거리며 옆 사람과 인사를 나눴다. 한복을 입고 기다린 재학생들은 "축하합니다"라고 인사하며 신입생과 가족들을 안내했다.
신입생들은 행사 내내 학교 관계자 발언에 경청하는 모습이었다. 일부는 화면에 나온 글귀를 기억하려 휴대폰으로 모든 장면을 촬영했다. 박사과정까지 밟게 됐다는 졸업생 이야기에는 곳곳에서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국자 대신 연필 잡는 횟수가 늘어났다"는 한 학생의 입학소감문 낭독에 일부 학생들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입학식이 끝난 뒤 학생들은 피켓을 든 담임선생님을 따라 1분 거리에 있는 학교로 향했다. 이후 학교에서 국어·수학 등 교과서를 받고 배정받은 반으로 흩어졌다. 학생들은 네임펜으로 교과서 측면에 이름을 적어넣으며 새 학기를 준비했다.
학생들은 어린 시절 가정형편과 시대적 편견 때문에 중·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중학교 신입생 정복남씨(70)는 "국민학교(초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바로 돈을 벌기 시작했다"며 "6남매 중 남자가 아니고 첫째 딸이 아니라는 이유로 학교를 보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배움이 늦은 만큼 열정과 기대는 넘쳤다. 경기 가평군 청평면에서 온 정씨는 통학에만 6시간이 걸리지만 행복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그는 "항상 공부하고 싶어서 책으로나마 그 갈증을 해소했다"며 "영어를 공부해서 가족들과 해외여행에 갔을 때 멋지게 써보고 싶다"고 했다.
70대 김모씨도 "학교에 들어오기 전에 잠깐 공부했는데 너무 재밌었다"며 "무엇보다 이 나이에 선생님이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입학식에는 꽃을 들고 어머니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모습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50대 이모씨는 "아흔이 넘은 어르신도 공부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머니가 공부를 결심하셨다"며 "암수술을 두 번이나 하셨는데 그래도 공부하는 모습에 딸로서도 너무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김모씨(35)는 "그간 어머니께 꽃을 받았던 걸 생각하면서 어머니 입학식에 꽃다발을 준비했다"며 "행사가 끝나면 짜장면을 같이 먹을 계획"이라고 했다.
올해 일성여중고의 입학생은 중학교와 고등학교 각각 240명, 265명 총 505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