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날까지도 임명제청 안해
법조계선 "윤성식 두고 이견"
사법개혁속 갈등봉합 관심↑
노태악 대법관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퇴임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노태악 대법관이 퇴임하는 3일까지도 후임자를 임명제청하지 않았다. 당분간 대법관 공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법조계에서는 청와대와 대법원 사이에 의견충돌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전례없는 상황에 공백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노 대법관 후임 임명제청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협의하는 상황이라 대법원장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불협화음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법조계에선 청와대와 대법원의 의견이 평행선을 달린다는 추측이 무성하다. 대법관은 대법원장이 후보를 1명 제청하면 대통령이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보내 인사청문회를 한 뒤 본회의 표결을 거쳐 임명한다. 후보를 제청하기 전 대통령실과 대법원이 사전조율 과정을 거친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구체적으로 대법원이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제청하겠다고 했고 청와대는 다른 후보를 원하면서 일이 어그러졌다는 분석이 있다. 이후에도 의견조율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간만 보낸다는 것이다. 사법개혁 등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종의 기 싸움의 연장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 지난 1월21일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가 4명의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했을 때 법원 안팎에선 윤 부장판사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됐다. 그는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긴 하지만 중도성향으로 꼽힌다. 실력도 출중해 조 대법원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청와대에서는 다른 후보자가 더 적임자라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각에서 조 대법원장이 조만간 다른 3명 중 1명을 제청할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법조계 관계자들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망한다. 윤 부장판사가 앞설 수밖에 없는 나름의 사유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다.
먼저 김민기 수원고법 부장판사는 오영준 현 헌법재판관과 부부 사이다. 부부가 각각 두 헌법기관 최고위직으로 근무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박순영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기수'가 문제로 거론된다. 박 부장판사는 사법연수원 25기 출신인데 이미 25기에 권영준, 신숙희 대법관과 오경미 헌법재판관 등이 있다. 한 기수에 과하게 자리를 몰아준다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의 경우 고등법원을 거치지 않고 지방법원만 거쳤다는 점이 약점으로 거론된다.
이와 관련, 법원 출신의 한 법조인은 "대법원도 쉽게 해결책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양측이 양보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이 사법개혁 3법에 반발해 처장직 사의를 표하는 등 사법개혁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사법부의 갈등이 커지는 상황이기에 갈등봉합이 쉽지 않아 보인다.
노 대법관까지 대법관 4명으로 이뤄진 대법원 1부의 경우 새 대법관이 임명되기 전까지 3인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또 노 대법관의 퇴임 이후 접수되는 새로운 사건은 다른 대법관에게 될 예정이다. 전원합의체 선고는 그대로 진행될 수 있다. 법원조직법상 전원합의체 선고는 대법관 총원 3분의2 이상으로 구성되면 운영될 수 있다.
한편 노 대법관은 이날 오전 퇴임식을 하고 6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했다. 그는 퇴임사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정치의 사법화는 결국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