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진짜 믿지 못할 곳인가
① 신뢰저하 왜?
법치주의지수 세계 19위지만
7대 국가기관중 신뢰도는 4위
불신에 불복만 늘어 항소율 ↑
분쟁 커질수록 사회질서 혼란
대한민국 법원의 현주소 /그래픽=김현정
한국의 사법제도는 국제 평가에서 상위권으로 분류되지만 정작 국민들이 법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법원의 신뢰도는 지난 10년째 7대 국가기관 중 중·하위권에 머물고 법원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 현상이 점차 심화한다.
여권에서 한국 법원의 신뢰도가 낮다는 점을 근거로 추진한 '사법개혁 3법'이 국회를 넘은 지난 3일 조희대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사법부 신뢰가 높다는 점을 설명했다.
세계사법정의프로젝트(WJP)의 법치주의지수(Rule of Law Index)에서 지난해 기준 한국은 143개국 중 19위로 평가됐다. 세부항목으로 보면 민사사법은 13위, 형사사법은 15위였다. 그러나 대부분 우리 국민들은 법원을 믿을 만한 곳으로 여기지 않는다. 통계청이 매년 7대 국가기관(지방자치단체·군대·경찰·법원·중앙정부·검찰·국회)의 신뢰도를 측정해 발표하는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법원은 4위(46.1%)였다. 지자체(55.3%) 군대(51.3%) 경찰(50.8%)보다 낮았고 중앙정부(44.0%) 검찰(43.0%) 국회(26.0%)보다는 높았다.
법원은 강제력이 있는 최종 분쟁해결 기관임에도 4~5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2015년 4위(35.0%)를 시작으로 2024년 4위(46.1%)까지 중·하위권에 머물렀다.
신뢰가 없다 보니 불복도 크게 늘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KICJ)에 따르면 1심 형사공판 사건 항소율은 2015년 27.2%에서 2023년 48.1%로 크게 뛰었다. 1심 판단이 당사자에게 '납득 가능한 결론'으로 기능하지 못하면서 항소가 예외가 아니라 기본 선택지가 되는 모양새다.
불신은 물리적 위협으로도 번졌다. 지난해 1월19일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소식 직후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청사에 난입해 유리창·출입문 등 시설을 파손하고 이를 막던 경찰을 폭행하는 등 폭력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재산피해는 약 6억2000만원, 복구예산은 약 11억8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사상 초유의 일로 법원 안팎에 큰 충격을 줬다.
최근 몇 년 새 정치·사회적으로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건들이 법원으로 몰려들면서 신뢰도가 더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법원의 신뢰하락은 사회 전반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큰 문제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사법은 갈등을 끝내는 마지막 장치인데 그 기능이 약해지면 분쟁이 법정 밖으로 번지고 결국 규칙이 힘을 쓰지 못하게 된다"며 "법원 판단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합의가 흔들리면 사회질서도 흔들리게 된다"고 밝혔다.
법원의 신뢰회복은 법원 스스로 풀어내야 할 숙제다. 노태악 전 대법관은 최근 열린 퇴임식에서 "사법부의 디딤돌은 사법권의 독립과 국민의 신뢰 2가지"라며 "사법권의 독립은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함께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을 때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