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복지, 신청 한번에 '통합돌봄']
1. 고령노인, 누가 돌보나
'85세 이상' 2060년 525만명
건강·생활환경 고려 맞춤지원
시설 입소율 낮춰 사회비용↓
국민 95% "몰라"… 홍보 시급
집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돌봄서비스를 종합제공하는 통합돌봄사업이 오는 27일 전국에서 본격 시작된다. 지난해 노인인구가 1000만명을 돌파하고 2050년에는 국민의 40%가 노인이 되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사업기틀은 마련했지만 의료시설 등 환경에 따른 지역격차가 큰 상황이다. 돌봄요양보호사, 방문의사 등도 부족하다. 돌봄이 필요한 누구나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개선책을 찾아본다.
# 전북 전주에 사는 70대 남성 A씨는 당뇨와 고혈압, 신장질환에 파킨슨병까지 앓았다. 혈당수치는 600 이상으로 측정이 어려울 정도였고 결국 오른쪽 발이 괴사해 절단수술까지 받았다. 통합돌봄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되면서 A씨의 상태는 점차 나아졌다. 지역의원 의사가 직접 집을 찾아 건강을 관리하고 당뇨식이 주5회 제공되자 혈당은 눈에 띄게 낮아졌다. A씨는 요양시설 대신 익숙한 집에서 1년7개월을 더 살다가 지난해 8월 세상을 떠났다.
급속도로 증가하는 노인들이 자택에서 평안하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주기 위해 오는 27일 통합돌봄제도가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자식들은 직장을 찾아 대도시로 떠나고 가족부양문화가 사라지면서 집에 고립·은둔하거나 요양병원 등 노인시설에서 생을 마감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통합돌봄 절차/그래픽=김지영
◇노인 5명 중 1명 '혼자 산다'…만성질환 평균 2개 이상=22일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돌봄·의료지원이 필요한 연령인 85세 이상 인구는 올해 114만명에서 2060년 525만명으로 4.6배 급증할 전망이다. 우리나라 평균수명이 83.7세라는 점을 고려할 때 식사, 가사, 산책, 정서관리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돌봄이 필요한 인구다.
반면 전체 노인인구 중 1인가구는 22%로 5명 중 1명은 혼자 삶을 책임진다.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매일 약을 먹으며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도 노인의 삶과 함께한다. 2023년 기준 노인의 만성질환 평균보유 수는 2.2개로 주기적인 병원진료가 필요하다. 3개 이상인 노인도 35.9%에 달한다.
이렇게 일상생활에도 도움이 필요한 노인·고령장애인·중증장애인을 돌보기 위해 통합돌봄제도가 마련됐다. 통합돌봄은 대상자나 가족이 신청하면 의료·요양·복지서비스를 하나로 묶어 대상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기존에도 장기요양 등급판정을 받으면 요양보호사 방문, 복지용구 지원 등을 받을 수 있었지만 도시락이나 병원동행 서비스 등 지방자치단체가 제각기 지원하는 서비스는 별도로 신청해야 해 불편함이 있었다.
지자체와 전문기관은 대상자의 건강상태와 생활여건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맞춤형 지원계획을 수립한다. 지자체에서는 1인가구, 고령퇴원환자 등을 중심으로 직접 대상발굴에도 나선다.
◇국민 95% 통합돌봄 "잘 몰라"…정부·지자체 의지 필요=정부는 통합돌봄으로 노인들의 건강이 개선되고 노인시설 이용률도 줄어들어 사회적 비용과 가족의 부담도 낮아질 것이라고 본다. 2023~2025년 시범사업 성과분석 결과 통합돌봄 참여군의 의료·요양비용은 대조군 대비 1인당 38만원 감소했다. 참여군의 요양병원 입원율은 9.4%로 대조군(14%)보다 4.6%포인트(P) 낮았고 요양시설 입소율은 3.2%로 대조군(12.6%)보다 9.4%P 낮았다.
그럼에도 통합돌봄에 대한 국민인식은 낮은 편이다. 시민단체인 돌봄과미래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95%가 돌봄통합지원법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전혀 모른다'는 54%,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잘 모른다'는 41%였다. 2019년부터 선도사업이, 2023년에 시범사업이 시작됐지만 2024년까지 시범사업에 참여한 기초지자체는 229곳 중 100여곳에 불과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통합돌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전용호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넥스트케어 대표)는 "지자체장의 관심에 따라 통합돌봄에 쏟는 노력이 각기 다른 상황"이라며 "지역 편차 없는 질 좋은 서비스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는 대상자 사례관리와 같은 지침을 구체적으로 만들고 광역지자체는 인프라 공급을, 기초지자체는 교육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