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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 데이터 주권과 스테이블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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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가 구글에 국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제한적으로 제공키로 결정한 것은 우리 사회에 중대한 화두를 던진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편의성 문제를 넘어 디지털 영토의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지도 데이터는 자율주행, 스마트 물류, 증강현실(AR) 등 미래 산업의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인프라이자 강력한 전략 자산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수많은 개발도상국은 자국 지도 데이터를 글로벌 거대 플랫폼에 무방비로 내어주며 기술적 종속의 길을 걸어왔다. 자체 지도 엔진을 구축할 역량이 부족했던 이들은, 당장의 편의를 택했으나 그 대가는 매우 혹독했다. 자국 영토의 데이터임에도 플랫폼 산업의 주도권을 상실했으며, 이제는 자국의 생활 서비스조차 글로벌 빅테크의 정책 변화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처지에 놓였다. 데이터 주권 상실이 경제적 종속으로 이어짐을 보여주는 뼈아픈 사례다.

반면 대한민국은 지난 10여 년간 국가 보안과 산업 보호라는 확고한 명분 아래 지도 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엄격히 제한해 왔다. 글로벌 플랫폼의 공세 속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독자적인 민간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핵심 자원을 국가적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해 온 덕분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외세 간섭 없이 우리만의 데이터로 혁신적 서비스를 설계할 수 있는 디지털 앞마당을 지켜냈다.

이러한 논리는 급격히 재편되는 글로벌 디지털 금융 시장, 특히 스테이블코인 영역에 그대로 투영된다. 현재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달러 연동 코인이 99%를 차지하며 달러 패권 연장의 선봉에 서있다. 일각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시장 장악을 이유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무용론을 제기한다. 그러나 이는 지도 데이터 주권을 포기하고 자국 영토 정보를 구글에 전적으로 맡기자는 주장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지도 데이터가 물리적 영토의 디지털 복제본이라면, 스테이블코인은 디지털 경제 영토 위를 흐르는 화폐이자 경제적 혈액이다. 독자적인 디지털 화폐 표준을 세우지 못한다면 향후 웹3 상거래와 탈중앙화 금융 생태계는 고스란히 달러 시스템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이는 결제 수단의 변화를 넘어, 국내 기업들이 비즈니스를 수행할 때마다 해외 빅테크나 금융 당국의 정책 변화에 일희일비해야 하는 상황을 초래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 정책의 유효성을 디지털 영역까지 확장하고 국내 자본의 무분별한 해외 유출을 방지하는 핵심 도구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지배하는 생태계에서 정부의 통화 조절 능력은 약화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금융 주권의 상실과 경제적 자율성 침해로 이어진다.

결국 금융 패권으로부터 경제적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스테이블코인 정책을 미래 산업 주권 수호의 관점에서 다루어야 한다. 지도 데이터를 지켜내어 디지털 영토를 수호했듯, 이제는 원화 기반의 디지털 화폐 생태계를 구축하여 금융 영토의 자결권을 확립해야 한다. 주권은 한 번 상실하면 되찾기 매우 어려우며 그 대가는 국가의 미래를 담보로 해야 할 만큼 가혹하기 때문이다.

정구태 인피닛블록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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