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베일리 등 대표주거지 선도
국가상징구역 프로젝트 참여
정비사업엔 주민 목소리 반영
데이터센터 등 영역 확장나서
"건축이 모이면 도시가 되고 건물 사이의 공간은 우리의 삶이 됩니다."
서울 송파구 가든파이브에서 만난 김재석 에이앤유디자인그룹건축사사무소(ANU) 대표는 자신을 '도시를 설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ANU는 건축과 도시를 함께 설계하는 사무소"라며 "개별건물을 넘어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 도시의 구조와 흐름을 같이 고민해온 것이 ANU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ANU는 지난 20여년간 국내 주거시장의 흐름을 이끌어온 대표설계사로 꼽힌다. 특히 공동주택 설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겼다. '반포 아크로리버파크'와 '원베일리' '나인원 한남' '성수 트리마제' 등 랜드마크 아파트로 불리는 대형 주거시설 프로젝트 상당수가 ANU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김 대표는 "단순히 고급주거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공간의 기준 자체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아파트 설계에서만은 ANU가 국내 최고라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공간의 기준을 바꾼다는 ANU의 강점은 도시 단위 프로젝트로 확장되며 더욱 명확해졌다. 그는 "한강변관리기본계획, 100년 서울 도시비전 및 미래공간 전략계획, 용산서울코어(용산국제업무지구),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마스터플랜(기본계획) 등 도시 전체를 다루는 작업을 수행해왔다"며 "이같은 경험이 단순한 건축설계를 넘어 도시의 미래구조를 고민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고 전했다.
김재석 ANU 대표 프로필/그래픽=이지혜
최근 당선된 '국가상징구역 마스터플랜' 설계에도 이런 생각이 녹아들어 있다. 김 대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새로운 것을 만드는 작업'이 아닌 '도시의 질서를 재정립하는 작업'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국가상징구역은 정치·행정기능과 시민의 공간이 함께 작동해야 하는 곳"이라며 "대통령집무실과 국회, 영빈관 등 주요 건축물과 함께 중심 공간에 '모두를 위한 언덕'을 조성해 시민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체감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대통령집무실과 국회, 시민을 한 공간에 담는 전례 없는 설계과정에 참여하며 자부심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낀다"며 "집무실과 의사당 등은 과거처럼 닫힌 공간이 아니라 시민과 연결된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NU는 마스터플랜뿐 아니라 앞으로 집무실과 의사당 등 개별건축 설계에도 참여의지를 드러냈다. 김 대표는 "마스터플랜에서 구현한 철학이 개별건물 설계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도시설계 철학은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김 대표는 최근 설계의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이제는 실제 거주자의 의견을 직접 듣고 설계에 반영하는 과정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ANU 역시 주요 정비사업에서 주민의견을 반영하는 설계 프로세스를 강화했다. 그는 "최종사용자의 목소리가 반영될 때 공간의 완성도가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현재 ANU는 목동 재건축 주요 단지,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대형 도시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도시 단위 설계를 이어간다. 김 대표는 "목동은 단순히 노후 주거지를 새 아파트로 교체하는 사업이 아니라 도시기능을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단지별 개발이 아닌 통합적인 도시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산은 서울에서 가장 잠재력이 큰 지역 중 하나로 업무와 주거·상업·문화기능이 함께 작동하는 복합구조를 만들어야 지속적인 경쟁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건설 한류에 대한 자신감도 내비쳤다. 김 대표는 "과거에는 우리가 뒤처졌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며 "주거와 도시개발 분야에서는 빠르고 완성도 높은 설계 경쟁력을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외 건설사업의 설계는 해외업체에 맡겨야 한다는 인식은 오래된 관념"이라며 "이제는 설계뿐 아니라 건설, 운영까지 포함한 'K건축' 전체를 수출하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축의 미래에 대해서는 기술과의 결합을 핵심요소로 꼽았다. 김 대표는 "앞으로 건축은 공간 안에서 다양한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는 구조로 바뀐다"며 "설계 역시 물리적 공간을 넘어 그 안에서 운영되는 시스템까지 포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ANU는 데이터센터, 에너지시설, 스마트시티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