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日 선박 해협 통과 이어
이라크 배·자국행 생필품 허용
외교부 "선박·국가별 조건달라"
개별 협상 여지 두고 동향 주시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선별적으로 개방하며 해협 통제권을 과시한다. 정부는 프랑스·일본 선박이 최근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데 대해 "선박 및 국가별 조건이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타국 선박이 통과에 성공했음에도 우리 선박이 해협을 빠져나오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외교부는 5일 "호르무즈해협 통과 선박들의 국적, 소유주, 운영사, 화물성격, 목적지, 선원의 국적 등이 다양해 해당 선박 및 국가별 조건이 다른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정부는 선박·선원의 안전을 우선하고 이를 감안한 선사의 입장을 중시하며 관련 국제규범 등에 따라 호르무즈해협 내 우리를 포함한 모든 선박의 자유로운 항행·안전보장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하에 관련국들과 소통·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란 정부는 그동안 미국·이스라엘과 관련된 선박의 통행을 차단했다. 그러다 중국·인도 등 우호국가에만 해로를 열어줬으나 최근 프랑스·일본 등 서방 및 서방 친화적인 국가에도 봉쇄를 일부 해제했다.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상선미쓰이 소속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이 지난 3일 일본 선박 중 처음으로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다. 지난 4일엔 같은 회사 유조선이 두 번째로 해협을 빠져나왔다. 프랑스 해운사 CMACGM의 선박은 지난 3일 서유럽 선박 최초로 해협을 통과했다. 이들 선박이 이란 측에 별도 통행료를 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 2일(현지시간) 이베트 쿠퍼 영국 외무장관(오른쪽 2번째)이 호르무즈해협 개방에 대한 방안을 논의하는 외교장관 회의를 화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날 화상회의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과 프랑스와 독일, 캐나다 등 북대서양조약기구 주요 회원국, 아랍에미리트 등 걸프국가들이 참석했다. 미국은 참석하지 않았다. /런던(영국) 신화=뉴시스
이란은 한국에 대해서도 "적대국이 아니다"라며 협의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실제 통과까지는 난관이 많다. 외교부 관계자는 "대규모 공격을 트럼프 대통령이 천명하면서 해협의 상황도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 선박 26척, 한국인 선원 180여명이 호르무즈해협에 발이 묶여 있다.
해협에 정박 중인 선사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통행을 지원하더라도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보험적용이 중단되거나 재보험료가 급등하는 등 선사 입장에서 쉽사리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제사회도 해협개방에 신중한 입장이다. 영국과 프랑스가 각각 외교·국방채널을 가동해 수십 개국과 해협 재개방을 논의 중이지만 이는 무력충돌이 중단되거나 아주 의미 있는 수준으로 완화되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 정부는 국제사회의 동향을 주시하면서도 이란과 개별협상 가능성도 배제하진 않는 모양새다. 서방국들이 주이란 공관 철수에 나선 가운데 한국은 아직 유지한다.
현재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상태에서 비적대국 선박을 일부 통과시키는 등 자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개방여부를 결정한다. 해협이 이란의 통제 아래 있음을 각인하고 서방의 대이란 압박공조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란은 4일 국영 IRNA통신을 통해 호르무즈해협 통행제한 조치가 적대국에만 적용된다고 재차 밝히면서 '형제국'인 이라크를 예외대상으로 인정했다. 또 이란은 자국 항만으로 생필품을 운송하는 선박은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허용했다. 이란 타스님통신은 이란 농업부 부장관이 이란 해운항만기구에 보낸 서한의 내용을 인용해 인도적 물품, 특히 생필품, 사료 등을 실은 배의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허용키로 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