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게임업계의 화두는 단연 펄어비스의 '붉은사막'이다. 단순히 7년 만의 신작이어서가 아니다. AAA급 콘솔게임으로 처음부터 북미·유럽시장을 겨냥해 공들여 만들었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붉은사막'의 성과에 따라 대한민국 게임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기대가 너무 컸을까. '붉은사막'에 대한 평가는 출시 초반 흔들렸다. 출시 직전 전문가 평단인 메타크리틱에서 기대이하의 점수를 줬고 펄어비스 주가는 바로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출시 직후에도 스팀에서 복합적인 평가를 받자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붉은사막'은 출시 나흘 만에 업계 추산 손익분기점인 판매량 300만장을 넘었다. 이어 12일 만에 400만장을 돌파했다. 스팀에선 동시접속자 27만명으로 펄어비스 자체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유저들의 평가도 초반 '복합적'에서 현재 '매우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붉은사막'의 초기평가와 주가흐름이 부진했던 것은 국내 유저의 불신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게임이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이 없으니 주식도 게임출시 직후 일단 팔았다가 잘되는 걸 확인한 후 되사는 경향을 보인다. 공들여 만든 게임을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말이다.
국내 게임이 국내 유저의 응원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동안 국내 게임사들이 보여준 양산형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 지나치게 성을 추구한 확률형 아이템들이 신뢰도를 떨어뜨린 것은 사실이다. 게임업계가 뒤늦게 반성하며 글로벌에서 통하는 게임을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인식을 뒤집기엔 역부족이다.
올해 초부터 'P의 거짓'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 등 글로벌에서 흥행한 게임 개발자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각자의 목표를 가지고 게임을 개발하는 그들의 공통점은 게임에 대해서만큼은 진심이라는 점이다. 국내 유저의 인식도 명확히 알고 있었으며 무엇이 부족한지도 냉정하게 판단했다.
국내 게임을 불신하는 사이 한참 아래로 여긴 중국의 게임 개발력은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했다. 몇 년 전부터는 게임기획자의 연봉이 의사와 판사보다 높다고 한다. 그동안 안 좋은 모습을 자주 보인 것은 맞지만 한국 게임의 발전을 위해 한 번 더 응원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