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엔 배달앱으로 주문한 음식이 도착하고, 저녁엔 대리운전 호출로 귀가한다. 낮에는 앱을 통해 번역·디자인·청소 일을 맡는 사람들도 많다. 플랫폼 경제는 디지털 전환 시대의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으며 이미 우리 일상의 필수 인프라가 됐다. 배달, 운송, 대리운전, 숙박 중개, 프리랜서 매칭 등 다양한 분야에서 플랫폼 노동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정부 통계를 종합하면 플랫폼 종사자는 본업·부업을 포함해 수백만 명 규모로 추정된다. 이제 플랫폼 노동은 더 이상 주변적 현상이 아니라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바꾸는 현실이다. 그러나 현행 노동법제는 20세기 제조업 중심의 전통적 고용관계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플랫폼 노동의 특성과 속도를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플랫폼 시대에 맞는 노동법제의 새로운 그랜드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다.
플랫폼 노동은 전통적 임금노동과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과거 제조업 노동이 기업 조직 내부에서 정해진 시간과 장소, 지휘·감독 체계 아래 이뤄졌다면, 플랫폼 노동은 상대적으로 높은 선택권과 이동성, 다중 소득구조, 시간 활용의 자율성을 특징으로 한다. 연령·성별·경력에 관계없이 참여할 수 있고,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활용해 수입원을 분산할 수도 있다. 특정 사업장에 장기간 묶이지 않고 자유롭게 진입·이탈할 수 있으며,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스스로 조정하는 경우도 많다. 이는 전통 노동이 갖지 못했던 새로운 기회다.
그러나 이 자유와 유연성의 이면에는 불안정성도 존재한다. 소득 변동성이 크고, 산재·고용보험 등 사회안전망 적용이 미흡하며, 알고리즘 평가나 일방적 계정 정지 같은 새로운 위험도 발생한다. 계약 형식은 개인사업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플랫폼의 가격 결정, 배차 구조, 평점 시스템에 상당한 영향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문제는 현행 법제가 전통적 노동자이면 전면 보호, 아니면 사실상 사각지대라는 이분법으로 접근한다는데 있다.
최근 국내외 법원과 입법기관은 플랫폼 종사자의 법적 지위를 둘러싸고 다양한 판단을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배달기사·대리기사·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 종사자와 플랫폼 종사자의 노동자성 여부를 둘러싼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유럽연합은 플랫폼 종사자의 권리 보호와 알고리즘 투명성 강화를 위한 입법을 추진했고, 각국은 자국 산업 구조에 맞는 방식으로 제도를 보완하고 있다. 핵심은 획일적 강행 규제냐 무제한 자유방임이냐의 선택이 아니라, 혁신과 보호를 함께 설계하는 균형의 문제다.
플랫폼 노동을 기존 노동자 개념에 억지로 끼워 맞추거나, 반대로 완전한 개인사업자로 방치하는 양극단을 넘어 제3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전체 방향은 상생과 연대의 산업·노동 생태계를 지향하되, 그 운영 원리는 견제와 균형이어야 한다. 플랫폼 사업자의 과도한 시장 지배력은 통제하되 혁신 의욕은 살리고, 종사자의 권익은 보호하되 책임성과 전문성도 함께 높여야 한다. 각 경제주체가 함께 참여하는 협력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첫째, 가칭 '플랫폼 종사자 보호 및 육성 기본법'을 제정해 기존 노동자성 판단과 별도로 '플랫폼 종사자'라는 정책 범주를 신설하여, 계약 형식과 무관하게 최소한의 안전·보건·보수 지급·분쟁조정·정보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다.
둘째, 알고리즘 투명성과 절차적 공정을 제도화하여 배차 기준, 수수료 변경, 계정 정지, 평점 제재 등 생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은 사전 고지와 이의제기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
셋째, 사회보험 적용 방식을 유연하게 혁신하여 종사자 개인이 플랫폼을 옮겨 다녀도 보험 이력이 이어지는 즉, 이동 가능한 사회보장 체계를 도입하고, 산재·고용 안전망을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방식도 검토할 만하다.
넷째, 산업 자치와 집단적 대화의 통로를 열어야 한다. 플랫폼별·업종별 협의체를 만들어 수수료, 안전기준, 교육훈련, 소비자 보호 기준 등을 자율적으로 조정하도록 해야 한다. 국가가 모든 세부 규칙을 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현장의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유연한 자율규범이 더 현실적이다.
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