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직접수사 불가·공수처 보완수사 미이행 등으로 한계"
15억중 13억 혐의 불기소처분… "재발방지 방안 검토를"
안동건 서울중앙지검 제1차장검사가 22일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브리핑룸에서 감사원 고위공무원 뇌물수수 사건 처분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감사원 고위공무원이 15억원대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검찰이 12억9000만원 상당의 뇌물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보완수사권 문제로 이견이 생겨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정재신)는 감사원 3급 간부 A씨가 감사 관련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피감기관으로부터 약 2억9000만원을 수수하고 법인자금 합계 13억2000만원을 횡령한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A씨는 2013년부터 건설·SOC(사회간접자본)·시설 분야 감사를 담당하면서 차명으로 만든 회사를 통해 건설업체로부터 공사를 수주하는 방식 등으로 업체 관계자 5명으로부터 총 19회에 걸쳐 15억8000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 가운데 검찰은 A씨가 감사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고속도로 건설공사를 수주한 한 건설사로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업체에 2억원대 전기공사를 주게 해 뇌물 총 2억9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지난해 6월 먼저 재판에 넘겼다. 해당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이날 A씨가 본인 운영업체의 사고처리 비용을 대신 내달라고 해 909만원을 받은 혐의, 국책사업의 입찰 심사평가에서 유리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심사위원을 알선한 대가로 본인 업체에 8030만원의 전기공사를 주도록 해 뇌물을 받은 혐의에 대해서도 재판에 넘겼다. 본인이 운영하던 업체의 법인자금으로 주식투자, 생활비, 부동산, 차량 등을 구입한 횡령혐의도 기소했다.
다만 12억9000만원에 달하는 뇌물수수 혐의는 결국 보완수사가 제한되면서 기소되지 못했다. 앞서 사건을 수사한 공수처는 2023년 11월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상당수 공사계약 체결과정에서 피의자의 개입을 인정할 직접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기각했다. 이후 공수처는 기각 사유에 대한 보완수사 없이 사건을 바로 검찰로 송부했다.
검찰은 공수처에 보완수사를 요구했지만 공수처는 관련 법적 근거가 없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이 직접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 역시 공수처 사건에 대한 검사의 추가수사 권한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안동건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이날 서울고검 청사에서 언론 브리핑을 통해 "공소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에게 보완수사 요구권이 제도적으로 뒷받침되지 않고 검찰 자체의 보완수사권도 인정되지 않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결과를 여실히 드러낸 사례"라고 말했다.
안 차장검사는 "앞으로 제도변화에 따라 공수처뿐만 아니라 중수청, 경찰과의 관계에서도 공소 제기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의 보완수사가 불가능하고 보완수사 요구가 실효적으로 이행되지 않는다면 이번과 같은 사례가 언제든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새로운 제도의 설계과정에서도 충분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며 "추후 공수처로부터 보완자료가 추가로 송부될 경우 불기소 부분의 재기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