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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 포인트] 쿠팡사태 5개월, 약자부터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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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생성한 벌새 이미지

쿠팡 결제액·이용자, 사태 이전으로 회복

'중대한 위기' 규정 불구 2차피해 확인안돼

전부처 동원된 과잉대응 약자에 피해 가중

허술한 보안 제재 마땅하나 균형 대응 필요

지상에서 가장 고단한 생명을 말하라면 벌새를 들겠다. 몸길이 5~20센티미터 정도의 가장 작은 새인 이 생명체는 생존을 위해 10~15분 간격으로 계속해서 꿀을 마셔야 한다. 하루에 자기 몸무게만큼의 꿀을 섭취한다. 몸무게라고 해봤자 적게는 2그램 안팎이다. 먹이를 섭취하지 않으면 짧으면 2시간 만에 굶어 죽는다. 그래서 1초에 예순 번을 쉴 새 없이 날갯짓하면서 몸을 띄워 꽃을 찾아야 한다.

지난 1월, 쿠팡 정보 유출 사태 논란이 한창이던 날 밤늦은 시각 경기 북부에 있는 한 쿠팡 물류센터에 그런 벌새 같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제 고등학교를 막 졸업했을 정도의 앳된 소년부터 머리가 하얀 중년까지 다양했다. 부부로 보이는 이들도 있었다. 하루 근무를 하면 보통 8만원을 받는데 2만원을 더 받기 위해 야간 근무를 택했다. 이들은 출석 체크를 하고 접이식 철제 의자에서 그날 할 노동을 설명 들은 뒤 업무에 투입됐다. 처음 온 사람들은 혈압 체크부터 했다. 취재를 위해 온 나도 그 무리에 포함돼 있었다. 이완기 혈압 100mmHg, 수축기 혈압 150mmHg 밑이어야만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

벌새처럼, 제 몸과 가정을 지탱하기 위해 쉴 새 없이 벌어야 하는 이들에게 쿠팡 정보유출 사태는 공포였다. 지난해 10월 5조9005억원에 달하던 쿠팡 결제액이 11월 말 정보 유출 발표를 계기로 꺾이더니 2월에는 5조1113억원까지 내려갔다. 결제액이 준다는 건 그만큼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물류센터 상시직들을 상대로 무급휴직을 받았는데 그보다 먼저 사라진 것은 일용직 일자리였다. 그 겨울밤 물류센터에서 업무를 할당받은 벌새들은 행운이었다.

쿠팡 사태가 시작되고 5개월이 흘렀다. 지난달 쿠팡 월간 결제액은 5조7136억원으로 사태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쿠팡 앱 월간 사용자 수 역시 감소세를 겪다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 쿠팡을 사실상 '공공의 적'으로 취급하고 이용자들 사이에 이른바 '탈팡' 움직임이 확산했던 걸 생각하면 다소 허무한 결과다.

정부는 쿠팡 사태를 '중대한 사회적 위기'로 규정하고 수사·과세·경쟁·노동 당국을 총동원해 조사·수사에 나섰다. 국회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단독으로도 모자라 5개 상임위 연석청문회를 개최하고 국정조사를 추진했다. 하지만 그만큼 피해가 있었는지는 돌아봐야 한다.

전직 직원이 퇴사 후에도 아무런 제약 없이 내부 시스템에 접속했다는 사실은 국내 최대 플랫폼에 걸맞지 않은 허술한 보안 체계라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공동현관 비밀번호, 주문 목록, 지인 정보 등 사생활과 밀착된 정보가 유출됐다는 점도 소비자들의 불안을 불러일으킬 만하다.

다만 정부 합동조사단 조사 결과 정보 유출에 다른 2차 피해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결제 카드 번호나 비밀번호 등 직접적인 금전 손실을 유발할 수 있는 데이터는 유출되지 않았다.

정작 문제는 다른 데서 터졌다. 쿠팡 사태는 한미 간 통상 문제로 비화해 관세 협상에서 우리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 미국은 아직도 우리 정부에 한미 외교·안보 고위급 협의의 전제로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법적 안전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사회는 가장 약한 곳이 무너져내렸다. 티몬·위메프 파산과 홈플러스 법정관리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던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이 매출 피해를 봤고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벌이가 줄었다. 결제액과 이용자 수는 시간이 지나며 회복됐지만 매출과 일감을 잃었던 사람들의 시간은 복구되지 않는다.

쿠팡이 미국 정부를 방패 삼아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는 지적이 있지만 오히려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보는 게 맞다. 한국 기업이었다면 억울한 일이 있어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일반적이기에,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는 쿠팡이 낯설었다. 대관 조직 논란이 빚어졌지만 역설적으로 그런 조직을 유지하지 않으면 기업활동을 제대로 못 할 정도로 규제가 심하다는 사실만 확인시켰다.

개인정보 유출은 엄중한 제재가 뒤따라야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실제 피해나 다른 기업 사례에 비춰 필요 이상 국민감정을 자극하지는 않았는지 반드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균형을 잃을 경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언제나 그 비용은 벌새처럼 살아가는 약한 이들에게 먼저 청구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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