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고가주택 선진국 수준 부담"
美 보유세 주별 1~2% 안팎
한국은 공시가 기준 0.1%대
5월10일 양도세 중과 재개후
매물잠김 현상 선제차단 의지
똘똘한 한 채 '버티기'에 경고
지방서 서울 원정투자도 압박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뿐만 아니라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도 규제 의사를 밝힌 이유는 양도소득세 중과가 부활하는 오는 5월 10일 이후 매물 잠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주택 보유자들이 버티기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보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는 셈이다.
그동안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를 활용한 비거주 1주택자들이 '똘똘한 한 채' 기조와 맞물려 서울 원정 투자를 통해 집값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됐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를 '3.3㎡당 2억원'에 처음 매입한 주인공은 부산시 해운대구에 거주하는 60대 A씨였다. A씨는 당시 52평짜리 아파트를 106억원에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다.
시장에서 가장 먼저 거론되는 규제는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다. 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잠긴 매물은 질식할 것이고, 버티기는 더 큰 부담을 안길 것"이라며 "초고가 주택은 선진국 수도 수준의 상응하는 부담과 규제를 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보유세가 선진국보다 낮다 보니 가용자산이 많은 계층이 고가 주택을 많이 소유하고 있다는 문제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보유세는 재산세(0.1~0.4%)와 종부세가 합쳐 매겨진다. 현재 보유세 실효세율은 0.1%대(공시지가 기준)로 알려져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은 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재산세)를 시세 대비 1% 내외로 매기고 있다.
미국의 재산세는 주택가격의 평균 1.1% 정도지만, 주별로 과세하기 때문에 지역별 편차가 크다. 뉴저지(2.49%)나 일리노이(2.27%)는 세율이 2% 이상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LA) 등 대도시는 1%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만약 뉴욕에 60억원짜리 주택을 보유했다면 연간 세금만 최대 6000만원에 달한다는 얘기다.
일본은 한국처럼 토지와 건물을 복합 과세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일본의 고정자산세 표준 세율은 1.4%를 부과한다. 여기에 도시계획세 0.3%가 추가돼 실효세율은 1.7% 수준이다.
프랑스는 1% 내외의 보유세와 더불어 130만유로(약 23억원)가 넘는 고가 주택에 대해 부동산 부유세(IFI)를 별도로 부과한다. 자산 규모에 따라 0.5~1.5%의 누진세율을 적용한다. 독일은 연방정부가 정한 기본세율에 각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는 곱셈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베를린 등 대도시일수록 이 계수가 높아 세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만일 서울 지역 주택 보유세가 선진국처럼 높아질 경우 60억원 이상 아파트 보유세는 3~4배 이상으로 급등할 수 있다. 이 가격대에 있는 아파트를 단순 계산하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9차아파트(전용면적 111㎡) 보유세는 1848만원에서 7920만원으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전용 84㎡)는 1820만원에서 6680만원으로 증가한다.
다만 해외와 우리나라의 보유세 체계는 산정 기준이 되는 '가격'에서 큰 차이점을 보인다. 미국은 대개 매입가격이 기준점인 반면, 우리나라는 시세와 연동된 공시가격이 근간이 된다. 일본의 경우 1주택 실거주자가 소유한 소규모 주택지에 대해 집값이 급등하면 과세표준을 6분의 1까지 경감해주는 '특례조치'를 운영한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보유세율이 높지만 매수자가 일정한 세 부담을 미리 생각하기 때문에 안정성이 있다"며 "한국처럼 집값이 급등했다고 보유세를 크게 올리면 '집값을 내가 올린 것도 아닌데'라는 불만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각종 규제와 부담은 실주거용 1주택을 기본으로 주거 여부, 주택 수, 주택가격 수준, 규제 내역, 지역 특성 등에 따라 세밀하게 가중치를 줘 통상적 주거는 적극 보호하되, 주택을 이용한 투자·투기는 철저히 봉쇄되도록 설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간주임대료 대상 확대, 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 상향, 재산세·종부세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 과표 기준 조정 등 보유세와 거래세 전반에 걸친 폭넓은 세금 조정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학계와 부동산업계에선 우리나라 보유세(종부세·재산세)와 거래세(취득세·양도세)가 모두 높은 만큼 보유세를 올리려면 거래세를 내려 매물이 풀리도록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보유세는 미국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53%)에 견줘 낮지만 거래세는 3~4배 높기 때문이다. 보유세와 양도세를 모두 올리면 살 수도, 팔 수도 없어 시장이 마비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보유세를 높이면 세금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 사람만 집을 가져 부동산 시장 구조가 '소유'에서 '이용' 중심으로 바뀌는데, 거래세를 내려 팔 수 있는 출구를 만들어줘야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동우 기자 / 위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