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경유값 큰 폭 오른다
휘발유·경유에 붙는 세금
각각 15%·25% 내려주지만…
국제유가 반영 최고가격 급등
주유소엔 29일부터 반영될듯
나프타 수출 막고 사재기 단속
페인트 등도 가격제한 예고
석유 비축기지 찾은 李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충남 서산 한국석유공사 비축기지를 찾아 손주석 석유공사 사장(앞줄 왼쪽)과 함께 현장점검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에너지 위기 극복을 위해 민관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호영 기자
정부가 유류세 인하 폭을 늘리는 보완 대책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이 다음주 주유소에서 마주할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ℓ당 2000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률을 감안하되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 공급 최고 가격을 최대한 낮게 설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27일부터는 사상 처음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나프타 수출을 전량 제한하는 특단의 조치를 시행한다.
26일 산업통상부 발표에 따르면 27일 0시부터 적용되는 2차 석유제품 최고 가격은 휘발유가 ℓ당 1934원으로 종전보다 12% 인상된다. 경유는 1713원에서 1923원으로 12%, 등유는 15%가량 오른다. 여기에는 27일부터 인하되는 유류세가 이미 포함돼 있다. 결국 소비자들이 주유소에서 실제로 석유제품을 구매하는 가격은 휘발유와 경유 모두 2000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주유소 사업자의 마진을 더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는 국제가격 상승 폭에 비하면 크게 완화된 수치라는 설명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25일 기준 국제 휘발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131달러로, 중동 전쟁 발발 직전인 79달러에 비해 65% 상승했다. 경유는 같은 기간 92달러에서 205달러로 무려 122% 급등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급 최고가는) 국제가격 상승률을 감안한 것에 비해 휘발유는 ℓ당 200원, 경유는 500원 정도 인하된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며 "국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2차 최고 가격으로 인한 판매가 상승이 29일 이후부터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 관계자는 "주유소마다 상황이 다르겠지만 현재 주유소에서 판매되고 있는 석유제품은 1차 최고 가격으로 공급받은 것"이라며 "당장 가격이 오른다면 문제가 있는 주유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이 가격이 오를 것을 예상해 보다 빨리 소비하는 것을 감안하면 27일 0시 시행 이후 2~3일 뒤부터 가격이 조금씩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날 극심한 공급 병목현상을 겪고 있는 나프타 수급 안정을 위해 생산·유통 전반에 대한 강도 높은 관리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나프타 수입량과 생산량이 동시에 줄면서 나프타를 이용해 만드는 에틸렌, 플라스틱 등 후방산업까지 도미노로 악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날 "공급망안정법과 석유산업법을 근거로 정유사들의 나프타 수출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모든 나프타는 국내 수급 안정을 위해 해외 반출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수출이 가능하다. 지난해 기준 국내에서 생산된 나프타 가운데 11%가 수출됐다. 아울러 매점매석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규제도 강화된다. 정유사의 주간 생산량 대비 반출량 비율이 합리적 사유 없이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하면 산업부 장관이 판매 확대나 재고 조정 등을 명령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정유사와 석유화학사를 대상으로 나프타 생산부터 유통, 재고까지 전체 과정을 매일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번 조치는 27일 0시부터 5개월간 시행되며 시행과 동시에 모든 나프타 수출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이를 어길 경우 사업자 등록이 취소될 수 있고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정부는 페인트 등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일부 품목에 대한 조치도 검토 중이라고 알렸다. 재경부 관계자는 "페인트 등 품목에 대해서는 별도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료를 만드는 재료인 요소와 경유 차량에 쓰이는 요소수 역시 매점매석 금지 대상이 됐다.
[강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