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이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아영 기자]
황성엽 금융투자협회장이 취임 100일을 맞아 ‘K-자본시장’ 육성을 위한 청사진과 함께 5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단기 처방을 넘어 향후 10년을 좌우할 ‘골든타임’을 반드시 살리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황 회장은 9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와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핵심 과제로 삼아 자본시장으로의 머니 무브가 가속화되고 있는 지금이 레벨업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협회는 조직 개편을 통해 ‘K자본시장본부’를 신설하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K-자본시장포럼’을 출범시켜 10년 로드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K-자본시장포럼은 다음달부터 본격 가동되며, 약 10개 내외의 핵심 어젠다를 중심으로 1년 뒤 정부와 국회에 전달해 정책화한다는 방침이다.
황 회장은 향후 추진할 핵심 과제로 △생산적 금융 확대 △퇴직연금 률 제고 △자산관리 시장 활성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 △리스크 관리 및 투자자 보호 등 5대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발행어음, 종합투자계좌(IMA) 등은 생산적 금융의 대표적인 수단”이라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인 대형 증권사가 은행권에 버금가는 강력한 기업자금 공급 엔진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벤처·혁신기업에 자산의 60% 이상을 투자해야 하는 BDC는 법령 정비를 마치고 현재 시스템 구축 등 출시 막바지 단계에 있다. 황 회장은 “BDC는 초기에 운용사 중심으로 시작하되 향후 증권사까지 포함되면 자기자본을 활용한 선제적 투자로 시장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중소형 증권사의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순자본비율(NCR) 규제 개선, 위험가중자산(RWA) 산정 방식 현실화, 지주 계열 증권사의 투자 역량을 제약하는 자기자본비율(BIS) 중복 적용 해소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자본이 혁신기업으로 신속하게 흘러가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퇴직연금 시장에 대해서는 “퇴직연금은 단순 보관이 아니라 적극적 운용을 통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제도는 원금보장 중심 구조로 인해 투자 선택과 창출이 제한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디폴트옵션 적립금의 85%가 여전히 정기예금 등 안정형 상품에 집중된 점을 문제로 지적하며, 사전 선택 없이 자동으로 투자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기금형 퇴직연금에 대해서는 기존 계약형과 함께 발전하는 방향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위험자산 투자 한도 70%’ 규제에 대해서도 실제로는 시장 상승 과정에서 비중이 자연스럽게 늘어나 투자자의 선택권을 제약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살펴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자산관리 분야에서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세제 혜택 확대뿐 아니라 아동·청소년도 가입 가능한 ‘주니어 ISA’ 도입을 추진한다. 현재 일몰 조항인 소득세 분리과세의 영구 법제화도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장기 투자 유인을 제공하고, 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신탁과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육성 의지도 드러냈다. 황 회장은 “신탁이 단순 자산운용을 넘어 고령화 시대의 간병과 상속 등 생애주기별 맞춤형 관리의 핵심 솔루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통과된 토큰증권(STO) 법안의 안착을 지원하고, 기초자산 범위 확대와 스테이블코인 결제 허용 등 세부 과제 마련을 위해 적극 소통하겠다는 방침이다.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역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에 대해서도 “유럽, 홍콩 등 주요 시장이 이미 도입한 만큼 투자자의 선택권 다양성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전략도 본격화한다. 지난 1일 한국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계기로 최대 90조원 규모 외국인 자금 유입이 기대되는 만큼 외국인 투자 접근성을 높이고,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노력에 일조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리스크 관리, 내부통제 강화, 투자자 교육 확대 등 시장 안정 장치도 강화한다. 오는 7월 확대 시행되는 책무구조도에 대해서는 맞춤형 컨설팅과 가이드라인 제공을 통해 제도 안착을 지원할 방침이다.
비상장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시장인 KOTC 활성화와 관련해서는 코스닥 시장 중심의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황 회장은 “너무 많은 기업이 코스닥에 몰려 있다”며 “지난 1월에 10개 종목이 KOTC로 넘어왔지만, 양질의 심사를 통해 2개 기업만 올라간 상태”라고 말했다.
황 회장은 “남은 임기 동안 현장의 목소리를 실질적 대안으로 빚어내는 ‘솔루션 엔진’ 역할을 하겠다”며 “성과로 가치를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