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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포럼] 뇌과학의 다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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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전극·올트먼 초음파에

맞서는 천진우의 자기유전학

수술없이 뇌질환 치료의 길

문제는 다윗 키우는 생태계

김인수 논설위원

20년 전 무렵이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에서 깊은 좌절을 느꼈다. 그곳에서 내가 본 것은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연구시설. 거대했다. 그리고 첨단이었다. 그 한 달 전 국내 대기업 제약사 연구소에 들렀던 기억이 났다.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그 이후 한국 제약업도 성장하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복제약 위주다. 오리지널약 특허를 보유한 외국 제약사의 존재감은 골리앗처럼 거대하다.

이 상황을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게임의 판을 뒤집어야 한다. 성경 속 다윗처럼 말이다. 그가 키 2m의 골리앗과 싸우러 나갈 때 왕은 그에게 칼과 갑옷을 주었다. 하지만 다윗은 거부했다. 골리앗은 일대일 싸움에 최적화된 전사. 같은 방식으로 싸운다면 질 게 뻔했다. 대신 다윗은 멀리서 물매로 돌을 던져 골리앗의 이마를 맞혔다. 원거리 정밀 타격으로 게임의 규칙을 뒤집은 것이다. 중국 차산업이 급부상한 것도 같은 이치다. 독일이 잘하는 가솔린차가 아니라 전기차라는 새 판에 올라탔다.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도 판을 바꿔야 승리한다.

올해 10주년을 맞은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의학연구단(단장 천진우 연세대 교수)에서 그 가능성이 보인다. 바로 자기유전학이다. 천 교수가 이 연구로 대한민국 학술원상을 받았을 때 이렇게 썼다. "상상해보자. 생각만으로 마비된 팔다리를 다시 움직이며, 우울증이나 파킨슨병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것이 바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약속하는 미래다."

그의 연구는 이 미래를 보여준다. 연구팀은 자성 나노입자를 쥐의 뇌 속에 주입했다. 외부에서 자기장을 걸어 모성애를 담당하는 뉴런을 활성화하자 어미가 아닌 쥐가 새끼를 돌보는 행동을 했다. 파킨슨 모델 쥐에 적용하자 균형 감각과 운동성이 2배 이상 향상됐다. 수술 없이 생명체의 뇌를 원격 제어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천 교수는 나노입자에 인공지능(AI)을 결합하는 피지컬 AI도 시도한다. 나노입자를 현미경으로 관찰하면서 경로마다 점수를 매긴다. 이렇게 쌓은 데이터로 알고리즘을 만든다. 질병 부위까지 최적의 경로를 찾아가도록 나노입자를 학습시키는 것이다. 이는 자율주행차의 내비게이션과 본질적으로 같다. 반면 기존 치료제는 질병 부위에 도달하는 확률이 몇 %에 불과하다. 정상 세포도 공격한다. 천 교수는 기존 치료제와 완전히 다른 게임의 판을 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천 교수팀만이 다윗인 것은 아니다. 미국 스타트업 머지랩스는 자기장이 아니라 초음파로 뇌세포의 활동을 조절한다. 뉴럴링크는 1024개의 미세 전극을 뇌에 직접 심는다. 손이 마비된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 화면의 커서를 움직인다. 이들도 BCI라는 새 판에 올라탄 현대판 다윗이다.

이들과 한국의 다윗 사이에는 결정적 차이가 있다. 바로 다윗을 키우는 생태계다. 머지랩스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공동 창업자다. 뉴럴링크는 테슬라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설립했다. 머지랩스는 오픈AI 등에서 2억50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뉴럴링크 역시 13억달러를 투자받은 것으로 집계된다. 그뿐만 아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10년간 뇌과학 이니셔티브에 44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다윗이 싸울 수 있도록 물매와 돌을 쥐여 주는 벤처 생태계와 국가 지원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 그나마 IBS가 10년 이상 대형·장기 연구를 지원하는 마중물 구실을 하고 있다. 이게 있었기에 천 교수의 연구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걸로는 불충분하다. 민간 투자가 쌓이는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산업의 역사를 보면 기존 판을 바꾸는 다윗은 계속 나왔다. 관건은 그가 한국에서 나올 수 있느냐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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